4-16.5. 포와: 의식을 정수리로

by이호창

4-16.5. 포와: 의식을 정수리로 내보내는 전이의 기술



우리 존재의 여정은 단 하나의 확실한 종착지를 향해 갑니다. 그것은 바로 죽음입니다. 우리는 이 필연적인 순간을 위해, 그리고 그 너머의 미지 (未知)를 위해 일생을 준비합니다. 나로파 (Nāropa)의 여섯 가지 요가는 이 준비를 위한 가장 심오한 가르침의 집합입니다. 우리는 툼모 (gtum mo)의 불을 지펴 내면의 에너지를 다스리고, 환영의 몸 (sgyu lus, 규루)을 닦아 존재의 본질을 꿰뚫어 보며, 꿈 (rmi lam, 밀람)과 정광명 ('od gsal, 외셀)의 요가를 통해 삶과 잠의 경계를 허물고 마음의 본래 빛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지금 여기, 이 생에서’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한 가장 높고도 강력한 길입니다.

하지만 삶은 불확실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 위대한 수행들을 미처 완성하기 전에, 혹은 마음의 본성인 정광명을 알아차릴 만큼의 훈련이 채 되기도 전에, 죽음이라는 손님이 예고 없이 문을 두드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우리는 다시 한번 무지 (Avidyā, 아비드야)의 어둠 속에서 혼란스러운 바르도 (Bardo)의 세계를 헤매며 업 (Karma, 카르마)의 바람에 휩쓸려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바로 이 절박한 물음 앞에서, 나로파의 여섯 가지 가르침은 마지막이자 가장 자비로운 해답을 제시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궁극의 영적 보험’과도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다른 모든 수행을 완성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마지막 비상구입니다. 이 길이 바로 ‘포와 ('pho ba)’, 즉 ‘의식 전이 (意識轉移)의 기술’입니다. 이 수행은 우리가 앞서 살펴본 『티베트 사자의 서, 바르도 퇴돌』가 묘사하는, 죽음 이후의 혼란스러운 중간 상태, 즉 바르도를 아예 ‘건너뛰어 (bypass)’ 버리고, 의식을 곧바로 청정한 정토 (淨土, Pure Land)로 쏘아 올리는, 지극히 강력하고도 실질적인 요가 (Yoga) 기법입니다.

포와 수행의 근본적인 원리는 죽음의 순간에 우리 의식이 육체를 떠나는 경로를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통제’하는 데 있습니다. 티벳 밀교 (密敎)의 가르침에 따르면, 사람이 죽을 때 그 의식 (識, vijñāna, 비즈냐나)은 몸의 아홉 개의 구멍 중 하나를 통해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의식이 어떤 구멍으로 빠져나가느냐에 따라 다음 생 (生)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만약 의식이 항문으로 빠져나가면 지옥 (地獄)에, 생식기로 빠져나가면 아귀 (餓鬼)에, 입으로 빠져나가면 축생 (畜生)에, 코로 빠져나가면 인간이나 야차 (夜叉)의 세계에, 귀로 빠져나가면 아수라 (阿修羅)의 세계에, 눈으로 빠져나가면 천상 (天上)의 욕계 (欲界)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이 모든 길은 여전히 윤회 (Saṃsāra, 삼사라)의 굴레 안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홉 개의 문 외에, 오직 깨달음과 해탈로만 이어지는 열 번째 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머리 꼭대기 정수리, 즉 신생아의 숨구멍이 있던 자리인 ‘브라흐마란드라 (brahma-randhra)’ 또는 ‘브라흐마의 구멍’입니다. 만약 죽음의 순간에 의식을 이 정수리의 문을 통해 성공적으로 내보낼 수만 있다면, 그 의식은 혼란스러운 바르도의 중간 지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아미타불 (Amitābha)의 극락정토 (極樂淨土, Sukhāvatī, 수카바티)와 같은 청정한 불국토 (佛國土)로 직접 전이 (轉移)됩니다.

이 청정한 정토는 단순히 천상의 낙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고통과 번뇌, 장애물이 없는, 오직 깨달음만을 얻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수행의 환경’입니다. 그곳에 일단 태어나기만 하면, 다시는 낮은 세계로 떨어질 염려 없이 아미타불과 같은 위대한 부처님들의 가르침을 직접 들으며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궁극의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포와는 바로 이 ‘확실한 해탈’을 보장받기 위해, 죽음의 순간에 우리의 의식을 강제로 이 정수리의 문으로 밀어 올리는 고도의 기술입니다.

그렇다면 이 전이의 기술은 어떻게 닦는 것일까요? 포와는 결코 죽음의 순간에 즉흥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반드시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을 때, 자격을 갖춘 스승 (Guru, 구루)의 엄격한 지도 아래 수없이 반복하여 훈련해야 하는 구체적인 수행입니다. 이 수행의 목적은 의식을 지금 당장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훈련 중에 실제로 의식이 몸을 떠나버린다면, 그것은 깨달음이 아니라 단순한 자살 행위이며 가장 위험한 실패입니다. 포와 수행의 유일한 목적은, 중심 통로 (수슘나 나디)에서 정수리로 이어지는 그 ‘길’을 미리 청소하고, ‘문’을 열어두며, 그 경로를 너무나도 익숙하게 만들어, 실제 죽음이 닥쳤을 때 우리의 의식이 다른 아홉 개의 문이 아닌 오직 이 하나의 문으로만 망설임 없이 빠져나가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이 훈련은 금강승의 다른 수행들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시각화 (Visualization)와 호흡, 그리고 소리 (만트라)의 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수행자는 먼저 자신의 몸이 텅 비어있음을 관상하고, 척추의 중심을 관통하는 맑고 곧은 중심 통로 아바두티 (Avadhūti)를 생생하게 그립니다. 이 통로는 아래로는 회음부 (물라다라) 근처에서 막혀있고, 위로는 정수리의 브라흐마란드라에서 막혀있는, 빛나는 대나무 줄기나 튜브와 같습니다.

그 다음, 수행자는 자신의 심장 차크라 (Anāhata Cakra, 아나하타 차크라)의 중심에, 자신의 가장 순수한 의식의 본질을 상징하는 빛나는 종자자 (種子字, Bīja, 비자)를 시각화합니다. 이 종자자는 종종 아미타불의 본질인 붉은색의 ‘흐리 (HRIH)’ 자 (字)이거나, 혹은 푸른빛의 ‘훔 (HUM)’ 자로 관상됩니다. 이 작은 빛의 씨앗이 바로 우리가 다음 생으로 가져갈 의식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수행자는 자신의 머리 위 한 뼘 정도 허공에, 자신을 자비로이 맞이해 줄 스승이자 부처, 즉 아미타불 (또는 자신이 귀의하는 다른 본존)이 찬란한 빛 속에서 연꽃 위에 앉아계신 모습을 생생하게 그립니다. 아미타불의 심장에서는 빛의 관 (管)이 내려와 수행자 자신의 정수리 (브라흐마란드라)와 연결됩니다. 이것이 바로 의식이 탈출할 경로입니다.

이제 가장 결정적인 단계가 시작됩니다. 수행자는 특정한 호흡법을 통해 몸 안의 프라나 (Prāṇa) 에너지를 아래에서 위로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식이 담긴 심장의 종자자 (흐리 또는 훔)를 향해, 강력하고도 날카로운 소리를 폭발적으로 내지릅니다. 그 소리는 “힉! (HIK!)”입니다.

이 “힉!”이라는 폭발적인 소리와 함께, 수행자는 심장에 있던 종자자 (흐리)가 마치 유성 (流星)처럼 중심 통로를 타고 맹렬한 속도로 쏘아 올려지는 것을 관상합니다. “힉!” 소리에 붉은 빛의 씨앗이 척추를 뚫고 뇌를 통과하여, 굳게 닫혀 있던 정수리의 문을 ‘꽝’ 하고 뚫고 나갑니다. 그리고 허공에 계신 아미타불의 심장 속으로 ‘쏙’ 하고 빨려 들어가 그 빛과 하나가 됩니다.

이때 수행자는 잠시 숨을 멈추고, 자신의 의식이 아미타불의 무량한 광명 속에서 완전한 지복 (至福, Mahāsukha, 마하수카)과 공성 (空性, śūnyatā, 슈냐따)을 경험하는 상태에 머무릅니다.

그 다음, 수행자는 다시 “까 (KA!)” 하는 소리와 함께, 아미타불과 합일했던 의식의 씨앗이 다시 빛의 관을 타고 내려와 정수리를 통해 몸 안으로 돌아오고, 중심 통로를 따라 심장 차크라의 본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을 관상합니다. 이 과정을 정해진 횟수만큼 반복합니다. 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훈련을 통해, 의식은 정수리로 나가는 길을 완벽하게 학습하게 됩니다.

이 포와 수행은 매우 강력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훈련이 깊어지면, 수행자의 정수리 부위에는 실제로 물리적인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머리 꼭대기가 가렵거나, 따끔거리거나, 붓거나, 혹은 움푹 들어가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때로는 그 부위에서 맑은 장액 (漿液)이나 한두 방울의 피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징후가 나타나면, 스승은 훈련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전통적인 시험을 합니다. 스승은 가늘고 뾰족하지만 유연한 쿠샤 (Kusha) 풀 줄기를 가져와, 수행자의 정수리 부위에 조심스럽게 꽂아봅니다. 만약 포와 수행이 경지에 이르러 ‘하늘의 문 (Sky-Door)’이 실제로 열렸다면, 이 쿠샤 풀 줄기는 다른 곳의 두피와는 달리, 마치 부드러운 흙에 꽂히듯 피부를 뚫고 그 자리에 꼿꼿이 서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포와 수행이 성공했다는 명백한 ‘징표 (Sign)’입니다. 이 징표를 얻은 수행자는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이제 ‘죽음 준비’를 마친 사람입니다. 스승은 징표가 나타난 제자에게는, 자칫 실수로 정말 의식이 떠나버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힉!” 소리를 내는 강력한 훈련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대신, 그는 그저 관상만을 유지하며 실제 죽음의 순간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실제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그는 평생 동안 훈련해온 이 과정을 단 한 번, 마지막으로 실행합니다. 주변의 가족들은 그가 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요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스승이나 도반 (道伴)은 곁에서 그가 아미타불을 향해 마음을 집중하도록 일깨워줍니다. 그는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모든 의지를 모아 “힉!” 하고 내면의 외침과 함께 자신의 의식(흐리)을 정수리 밖으로 쏘아 올립니다. 그의 의식은 혼란스러운 바르도의 환영에 붙잡힐 틈도 없이, 곧바로 아미타불의 빛나는 심장 속으로 날아가 영원한 해탈의 세계와 하나가 됩니다.

이처럼 포와는 나로파의 여섯 가지 요가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실용적인 가르침으로 여겨집니다. 툼모나 환영의 몸, 정광명 요가는 평생의 치열한 노력을 요구하며 극소수의 성취자만이 완성할 수 있는 매우 어렵고 높은 길입니다. 하지만 포와는 그보다 훨씬 더 적은 노력으로도, 심지어 큰 죄를 지은 사람일지라도 스승에 대한 깊은 믿음과 강렬한 헌신만 있다면, 죽음의 순간에 확실한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그것은 금강승의 가르침이 얼마나 자비롭고 실질적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 길은 수행자가 삶 속에서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는 최고의 길 (툼모, 정광명)을 제시함과 동시에, 그 길을 완성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가장 확실하고 자비로운 ‘보험’(포와)까지도 마련해 둔 것입니다. 포와는 죽음이라는 가장 큰 두려움을, 해탈이라는 가장 큰 희망으로 바꾸어놓는, 티벳 밀교의 빛나는 지혜의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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