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1. 티베트 밀교의 핵심, 나로 최된

by이호창

제4-16장: 내면의 불을 지피다: 나로파 (Nāropa)의 6가지 요가



4-16.1. 티베트 밀교의 핵심, 나로 최된



금강승 (金剛乘, Vajrayāna, 바즈라야나)은 ‘결과 (果)를 길로 삼는 (果乘, 과승)’ 대담한 길입니다. 이 길은 수행자가 ‘나는 본래 부처다’라는 거룩한 자부심 (Divine Pride)을 확립하는 생기차제 (生起次第, Utpattikrama)와, 그 깨달음의 정체성을 자신의 가장 미묘한 에너지 차원에서 실제로 구현해내는 완벽차제 (圓滿次第, Sampannakrama)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기차제가 마음과 상상력을 통해 깨달음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이라면, 완벽차제는 우리 몸이라는 신전 (神殿) 안에 잠들어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직접 다루어 그 청사진을 살아있는 현실로 만드는, 지극히 구체적이고도 심오한 요가 (Yoga) 기술입니다.

이 완벽차제 수행의 정수 (精髓)이자, 티벳 밀교 (密敎)의 실천적 핵심을 이루는 가장 유명한 가르침이 바로 ‘나로 최된 (Nā ro chos drug)’, 즉 ‘나로파 (Nāropa)의 여섯 가지 요가’ 또는 ‘여섯 가지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은 단순한 여섯 개의 분리된 수행법이 아닙니다. 그것은 깨어있는 순간부터, 잠자는 순간, 그리고 마침내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모든 상태를 깨달음의 기회로 변형시키는 하나의 완결된, 유기적인 시스템입니다. 이 강력한 가르침은 인도에서 티벳으로 전해진 밀교의 ‘따뜻한 숨결 (warm breath)’ 그 자체이며, 벼락처럼 빠른 금강승의 길이 어떻게 ‘이 한 생애에, 이 몸 그대로’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합니다.

위대한 스승들의 강, 틸로파에서 나로파로

이 심오한 지혜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도의 위대한 성취자, 즉 마하싯다 (Mahāsiddha)들의 계보를 통해 스승에게서 제자에게로 비밀리에 이어져 내려온 ‘구전 (口傳)’의 정수입니다. 이 황금빛 전승 (Lineage)의 위대한 원천에는 틸로파 (Tilopa, 988-1069경)라는 전설적인 스승이 있습니다. 틸로파는 정규적인 학문이나 경전에 의지하지 않고, 삶의 가장 밑바닥 (어부, 기녀의 심부름꾼 등)에서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궁극의 진리 (Mahāmudrā, 마하무드라)를 깨달은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가장 위대한 제자가 바로 이 가르침의 이름을 남긴 나로파 (Nāropa, 1016-1100)입니다. 나로파는 틸로파와는 정반대의 배경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불교 대학이었던 날란다 (Nalanda) 사원의 북문 (北門)을 지키는, 즉 모든 학문 논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최고의 학승 (學僧)이자 대학자였습니다. 그는 경전과 논리에 통달했지만, 자신의 지적인 성취가 결코 내면의 근본적인 갈증을 해결해 주지 못함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미친 사람처럼 스승을 찾아 헤매던 나로파는 마침내 틸로파를 만나게 됩니다. 틸로파는 나로파의 엄청난 지식과 자만을 깨뜨리기 위해, 12년 동안 상상할 수 없는 극심한 고난과 시련을 겪게 합니다. 나로파가 자신의 모든 지적인 교만을 내려놓고 스승에게 완전히 자신을 맡겼을 때, 비로소 틸로파는 그에게 궁극의 진리를 전수합니다.

나로파는 틸로파로부터 전수받은 이 핵심적인 구전 가르침들을, 자신의 학문적 통찰을 바탕으로 여섯 가지의 체계적인 수행법으로 집대성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나로 최된’, 즉 ‘나로파의 여섯 가지 가르침’입니다.

이 강력한 가르침은 훗날 티벳의 위대한 번역가 마르파 (Marpa, 1012-1097)에 의해 인도로부터 티벳으로 전해졌고, 마르파는 다시 그의 제자인 위대한 요기 밀라레빠 (Milarepa, 1052-1135)에게 이 비밀스러운 가르침을 전수했습니다. 이 계보가 바로 티벳 불교의 까규 (Kagyu) 학파를 이루는 핵심적인 맥이 되었습니다.

완벽차제의 심장부: 왜 여섯 가지인가?

나로파의 여섯 가지 요가는 완벽차제 수행의 핵심적인 실천 방법입니다. 완벽차제의 목표는 우리 마음이 타고 다니는 ‘업의 바람 (業風, karma-vāyu)’, 즉 불순한 프라나 (Prāṇa)를 척추 좌우의 이다 (Īḍā)와 핑갈라 (Piṅgalā) 나디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바람을 강제로 중심 통로인 수슘나 나디 (Suṣumnā Nāḍī) 또는 아바두티 (Avadhūti) 안으로 불어넣는 것입니다. 모든 바람 (프라나)이 이 중심 통로 안으로 모여들어 녹아들 때 (dissolve), 우리의 모든 거친, 이원적인 마음 (분별심)은 그 활동을 멈춥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마음의 가장 미묘하고 근원적인 본성, 즉 ‘정광명 (淨光明, Clear Light, 'od gsal, 외셀)’이 드러납니다. 이 정광명 (공성)을 직접 체험하고, 그 체험 속에서 ‘환영의 몸 (幻影의 身, Illusory Body, sgyu lus, 규루)’이라는 깨달음의 몸을 성취하는 것이 완벽차제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나로파의 여섯 가지 요가는 바로 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완벽한 시스템입니다. 여섯 가지 가르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툼모 (gtum mo):

내면의 불 요가 이것은 여섯 가지 요가 전체의 뿌리이자 기반이 되는 가장 근본적인 수행입니다. ‘툼모’는 ‘격렬한 여성’을 뜻하며, 배꼽 차크라 (Maṇipūra) 부근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내면의 영적인 열기를 의미합니다. 수행자는 강력한 호흡 보유 (Kumbhaka, 쿰바카)와 에너지 잠금 (Bandha, 반다), 그리고 시각화를 통해 이 툼모의 불을 의도적으로 점화시킵니다.

이 불길은 좌우 나디에 흩어져 있는 프라나들을 중앙 통로 (수슘나)로 강제로 밀어 넣는 강력한 추진력입니다. 또한 이 불은 척추를 따라 상승하며 각 차크라에 잠재된 미묘한 생명 정수 (精髓), 즉 빈두 (Bindu) 또는 팅글레 (Tigle)를 녹입니다. 이 빈두가 녹아내릴 때 수행자는 외부 대상 없이도 강렬한 ‘지복 (至福, Bliss, Mahāsukha, 마하수카)’을 경험합니다. 이 툼모의 불을 통해 프라나를 수슘나로 이끌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복’과 마음의 본성인 ‘공성’을 합일시키는 것이 완벽차제의 핵심입니다. 툼모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엔진입니다.

환영의 몸 (sgyu lus, 규루):

환영의 몸 요가 이것은 툼모 수행의 직접적인 결과이자 목표 중 하나입니다. 툼모 수행을 통해 모든 거친 프라나가 수슘나 안으로 녹아들고 정광명을 체험하게 될 때, 수행자는 가장 미묘하고 정제된 ‘바람-마음 (wind-mind)’을 얻게 됩니다. 이 순수한 에너지-의식을 재료로 하여, 생기차제에서 닦았던 본존 (Yidam)의 청사진을 바탕으로, 늙거나 죽지 않는 빛의 몸, 즉 ‘청정한 환영의 몸’을 실제로 빚어냅니다. 이 환영의 몸은 평범한 육체와는 별개로 존재하는 깨달음의 몸 (報身, 보신, Sambhogakāya, 삼보가카야)이며,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자유로운 활동의 기반이 됩니다.

밀람 (rmi lam):

꿈의 요가 이것은 툼모와 환영의 몸 수행을 보완하고 심화시키는 밤의 수행입니다. 우리는 삶의 약 3분의 1을 잠으로 보냅니다. 이 무의식적인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수행의 기회로 삼는 것이 꿈의 요가입니다. 수행자는 먼저 잠자는 중에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자각몽 (Lucid Dreaming)’을 훈련합니다. 그리고 꿈속에서 자신이 꿈속에 있음을 자각했을 때, 그는 더 이상 꿈의 내용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그는 꿈의 내용을 의지대로 바꾸어 보기도 하고 (변형), 꿈속에서 공포를 극복하는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훈련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 ‘꿈’이라는 현상이 실체가 없는 마음의 환영임을 꿰뚫어 보는 것입니다. 이 훈련이 깊어지면, 수행자는 비단 밤의 꿈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이 ‘깨어있는 삶 (waking life)’ 또한 근본적으로는 꿈과 다르지 않은 환영 (Māyā, 마야)임을 사무치게 깨닫게 됩니다. 이는 환영의 몸을 성취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외셀 ('od gsal):

정광명 요가 이것은 나로파 6법의 가장 심오한 핵심입니다. ‘외셀’은 ‘빛나는 투명함’ 또는 ‘정광명 (淨光明, Clear Light)’을 의미하며,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본성, 즉 텅 비어 있으면서도 (空性) 모든 것을 아는 (光明) 순수한 의식을 가리킵니다. 툼모 수행은 프라나를 수슘나로 이끌어 이 정광명을 ‘체험’하게 하는 방편입니다. 환영의 몸은 이 정광명의 마음이 현현한 모습입니다. 꿈의 요가는 꿈속에서 이 정광명에 머무르는 훈련입니다. 이처럼 다른 모든 요가들은 이 ‘정광명’을 인식하고 그와 합일하기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정광명 요가는 특히 깊은 잠 (꿈도 없는 잠) 속에서도 의식의 빛을 잃지 않고, 그 순수한 정광명의 상태에 깨어 머무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깊은 잠 속에서도 깨어있을 수 있다면, 죽음의 순간에 드러나는 ‘죽음의 정광명’ 또한 놓치지 않고 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르도 (bar do):

중간 상태 요가 이것은 죽음 이후 다음 생을 받기까지의 ‘중간 상태 (Intermediate State)’를 위한 수행입니다.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가르치듯이, 죽음은 깨달음을 위한 절호의 기회입니다. 나로파의 6법은 살아있는 동안 툼모, 환영의 몸, 꿈, 정광명 요가를 닦음으로써, 죽음과 바르도의 과정을 미리 예행연습하고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죽음의 순간, 모든 의식이 해체되고 ‘근원의 정광명’이 드러날 때(치카이 바르도) 그것을 즉시 알아보고 합일하여 해탈을 성취합니다. 만약 그때를 놓치더라도, 그는 이미 닦아온 ‘환영의 몸’으로 깨어나, 다음 단계인 ‘초에니 바르도’ (본존들이 나타나는 바르도)의 환영들에 속지 않고 자유롭게 그 상태를 주도합니다. 그는 더 이상 업력에 휩쓸려 통제 불가능한 환생을 겪는 대신, 자비심을 바탕으로 중생을 돕기 위해 자신의 다음 생을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포와 ('pho ba):

의식 전이 요가 이것은 일종의 ‘영적인 보험’과도 같은 수행입니다. 만약 수행자가 살아생전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했고, 죽음의 순간에 정광명과 합일하지도 못했으며, 바르도에서 해탈할 자신도 없을 경우를 대비한 마지막 방편입니다. ‘포와’는 ‘의식을 옮긴다’ 또는 ‘전이 (轉移)한다’는 뜻입니다. 수행자는 살아있을 때 미리 이 수행을 닦아, 자신의 의식 (識, vijñāna, 비즈냐나)이 척추의 중심 통로 (수슘나)를 통해 머리 꼭대기 정수리 (사하스라라 차크라 또는 브라흐마란드라)로 빠져나가는 길을 닦아 놓습니다. 그리고 실제 죽음의 순간이 닥쳤을 때, 그는 모든 주의를 집중하여 자신의 의식을 이 통로를 통해 강력하게 방출시킵니다. 이 의식은 윤회의 여섯 세계로 떨어지지 않고, 곧바로 아미타불 (Amitābha)의 정토 (淨土, Sukhāvatī, 수카바티)와 같은 청정한 세계 (Pure Land)로 전이되어 그곳에서 깨달음을 성취하게 됩니다. 이 포와 수행은 티벳에서 매우 보편적으로 실천되며, 죽음을 평화롭게 맞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이처럼 ‘나로파의 여섯 가지 요가’는 깨어있을 때 (툼모, 환영의 몸), 잠잘 때 (꿈, 정광명), 그리고 죽을 때 (바르도, 포와)라는 인간 존재의 모든 순간을 깨달음의 기회로 변형시키는 하나의 완벽하고도 통합적인 시스템입니다. 이 가르침은 결코 분리된 여섯 개의 기법이 아니라, 툼모라는 불꽃을 중심으로 하여 정광명이라는 본질을 깨닫고 환영의 몸이라는 결과를 성취하며, 꿈과 죽음이라는 가장 큰 무지의 영역마저도 해방의 무대로 바꾸는, 티벳 밀교의 가장 빛나는 핵심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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