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업 아이템이 죽는 이유

프롤로그

by이상한 나라의 폴

테이블 건너편 창업가의 눈이 반짝였다. 아이템은 좋았다. 시장도 컸고, 문제 정의는 날카로웠고, 데모는 매끄러웠다. 나는 30분 동안 고개를 끄덕였고, 속으로는 이미 투자 검토 보고서 제목까지 지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굳이 안 물어도 될 걸 물었다.


"공동창업자 세 분이라고 하셨죠. 지분은 어떻게 나누셨어요?"

그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 저희는 의리로 똑같이 3분의 1씩 나눴어요.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거든요."


의리. 스타트업에서 가장 비싼 단어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회사는 좋은 아이템을 가졌지만, 아마 투자받기는 어려운 회사라는 걸. 그리고 더 안타까운 건, 그가 그걸 전혀 모른 채 웃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 보고서 제목은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좋은 아이템이 죽는 자리


나는 스타트업 CEO를 코치하고, 투자할지 말지를 심사하는 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서 가장 자주 보는 장면은 의외로 '나쁜 아이템'이 아니다. 나쁜 아이템은 애초에 테이블까지 오지도 못한다. 내가 반복해서 목격하는 건 좋은 아이템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 아이템과는 상관없는 이유로 무너지는 장면이다. 몇 장면만 꺼내본다.


세 명이 의리로 3분의 1씩 나눈 지분. 1년 뒤 한 명이 떠나며 그 3분의 1을 고스란히 들고나갔고, 남은 두 사람은 중요한 결정마다 떠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세금계산서도 현금영수증도 안 챙긴 회사. 멀쩡히 쓴 돈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쓰지도 않은 이익에 세금을 냈다. 영수증은 버려도 세금은 안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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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간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 현장을 누비던 비즈니스맨에서, 이제는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깨우는 액셀러레이터이자 중장년의 변화를 이끄는 커뮤니티 빌더로 매일 새로운 삶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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