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둘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약간은 놀랐지만 반가웠다.
최근 이직을 해서 새 온라인 게임에 적응하느라 애쓰는 것 같았다.
" 어, 웬일이야? 이 시간에.."
" 어, 엄마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서론도 없이 본론부터 얘기하기 시작했다.
최근 새로운 명품 브랜드 지점에 정직원으로 입사하면서 전 온라인 게임에서 외국인 고객을
응대하던 것이 좋은 인상으로 남아 현 온라인 게임에서도 외국인 고객 전문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물론 아들은 태국 방콕에서 국제학교를 나와서 영어회화는 어느 정도는 잘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막상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비즈니스 영어는 또 다른 영역이라는 걸 느껴서
내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사실 20년 이상 무역 통역을 해온 나로서는 아들이 내게 그런 문의를 한다는 게 내심
기분 좋고 뿌듯했다.
나는 성심성의껏 둘째에게 알려주었고 고객응대 방법, 비즈니스 상 써야 할 단어나 에티튜드도
함께 알려주었다. 그동안 국제 산업 박람회와 다수의 해외 시장개척단 사업 미팅 통역을
하면서 겪었던 많은 경험들을 다양하고 쉽게 아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명품 브랜드인 만큼 브랜드의 인지도와 명성이 더 부각될 수 있는 점과 타 경쟁 브랜드와의
차이점 및 고유한 특성을 부각할 수 있는 점들도 함께 알려 주었다.
아들은 짧은 통화였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일해온 엄마를 리스펙 한다는 말과 함께 의욕이 넘쳐
보였다. 이런 이야기로도 모자간에 소통과 사랑이 느껴졌고 나 또한 둘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더 기뻤다.
평소에 나는 한국에 멀리 있는 아이들에게 따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고 생각하고 지낸다.
20대 중반에서 후반에 있는 아이들은 각자의 삶을 사느라 치열하고 바쁘다.
나는 그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고 스스로의 인생을 잘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
그나마 가끔씩 재미난 릴스나 좋은 정보 릴스를 공유한다.
어떠한 안부나 문의도 없다.
그럼 오늘과 같이,
" 엄마 뭐 해? 생각나서 연락해 봤어 "
한다거나
" 엄마, 뭐 좀 물어보려고..."
하면서 오늘처럼 본론부터 물어보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젊은 시절 나도 부모님께 살갑지 않았다.
부모님보다는 나 자신, 친구들이 더 가깝고 더 좋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이해한다.
아니,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인다.
소통이라는 건 그들이 원할 때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알고 싶지도 않은 걸 끊임없이 설명하고 주는 게 아니라,
진정 그들이 원하고 요청할 때 도와줄 수 있는 것.
평소에는 나 혼자만의 인생을 잘 즐기고 생활하다가
중간중간 양념처럼 애들이 연락이 오면 참 기쁘고 즐겁다.
바로 어젯밤처럼.
나는 아이들을 믿는다.
그리고 현재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짧은 통화였지만, 통화가 끝난 후 아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고마워. 어무이 ^^ "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