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할 때는 직원식당 와서 인사부터 하자.

by말라

그저께 있었던 일이다.

나는 입사한 지 일 년 구 개월이 되어서야 직원들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

총무부장님 말로는 3년 동안 280여 명이 입퇴사를 하였다니 사실 이름을 외우는 건 쓸데없는 일일수도 있지만

대충,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있었던 분들부터 외우기로 했다.

그렇게 반 이상은 외우고 나머지 반은 외우지 않았다. 언제 퇴사할지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름을 외우니까 편해졌다.

내가 유일하게 직원들의 험담을 하는 사람은 총무부장님인데 그분에게 사람을 설명할 때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이름을 외우니까 편해졌다.

그전에는

'왜 있잖아요. 키 크고 마르고 안경 쓰고 약간 소년미 있는 사람요'

이렇게 말했는데 그가 누군지 알았을 때 부장님은 아니 저 얼굴이 무슨 소년미예요

라고 말하셨다. 이러니 알 길이 없지.

아무튼 솔직하게 말하면 총무부장님과 나의 직원뒷담화용으로 외운 이름이었다.

부장님은 항상 나에게 새로 온 직원 어때요?라고 물어보시고 나는 음.. 거칠어요. 곧 나갈듯해요.. 등의 이야기를 한다. 이게 굉장히 잘못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들의 싸인이다.

식당에 와서 하는 매너는 그대로 현장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무슨 점쟁이 빤스 입은 사람처럼 내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된다.

이게 내가 요식업을 하고 직원식당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진리다.

먹는 모습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말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연극 '사랑했던 놈, 사랑하는 놈, 상관없는 놈......" 의 작가, 요리하는 극작가, 극작하는 요리사 입니다.

15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6화나는 왜! 오백원에 빈정이 상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