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이라는 절기는 낮과 밤의 길이가 정확히 반반을 이루는 지점이다. 오십은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을 반으로 가르는 추분이다. 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반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 장의 도화지를 접었다가 펼친 데칼코마니처럼, 이쪽의 무게와 저쪽의 가치는 정확히 반반으로 갈라진 채 경합한다.
삶의 양쪽 면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춘다. 반쪽 면이 다른 반쪽 면과 전혀 다른 모습일 수는 없다. 낮과 밤은 반복되고 균형이 무너졌다가도 다시 균형을 잡는다. 완벽한 대칭은 정지된 화면 안에서나 유효하므로, 시간의 흐름에서 지나온 50년의 궤적이 남은 인생의 후반전을 그대로 결정하지는 못한다.
양쪽의 무게가 정확히 맞아떨어져 버린 반반의 상태에서 그 팽팽한 긴장이 느껴진다. 이 대칭된 균형 상태는 언젠가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고, 한참을 방황하다가 필연처럼 다시 균형을 찾아 내게 될 것이다. 그 사이 우리의 인생은 다른 모양의 데칼코마니를 만들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