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이라는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우리는 은연속에 서투른 연기를 시작한다. 미움받을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두려움은 진심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내고, 그 빈자리를 엉뚱한 거짓과 억지로 채워 넣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실망을 안겨주기 싫다는 비겁한 방어는 결국 나를 감추기 위한 가면을 하나둘 늘려갈 뿐이다.
그렇게 가면을 겹겹이 쓴 채 살아가는 일상은 거대한 무도회와 닮아 있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음악에 맞춰 발을 맞추다 보면, 관계는 깊어지는 대신 점점 더 많은 피로로 굳어져 간다. 억지로 만들어낸 모습 뒤에서 진짜 나는 점점 숨이 막혀오지만, 차마 그것을 벗어 던질 용기를 내지 못해 오늘도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제는 그 무거운 가면을 내려놓을 때도 되었다.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비워내고, 누군가에게는 미움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일. 거절당할 용기를 품고 비로소 나 자신으로 서는 순간, 비로소 가짜 소란이 걷힌 자리로 진짜 숨결이 스며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