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에 들어가야 비로소

by날개

일본 영화 "굿바이"에서 주인공은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였는데, 오케스트라가 경영난으로 인해 해체되어 갑작스러운 실직을 하게 된다. 고향에 돌아온 주인공이 높은 보수에 이끌려 '여행 도우미'라는 구인 광고에 응했다가,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납관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며 겪는 내면의 변화를 영화는 보여준다.


납관사는 일본의 전통적인 장례 문화와 장묘 산업의 분업화 과정에서 정립된 전문직으로 시신의 부패를 막는 위생 처리, 사후 강직을 풀고 몸을 깨끗이 닦아내는 염습, 고인을 생전의 가장 평온한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사후 메이크업, 그리고 최종적으로 시신을 관에 안치하는 입관을 수행한다. 염습과 입관만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장례 지도사보다 업무의 범위가 협소하다.


납관사의 업무는 단순한 노동을 넘어 유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엄격한 절차와 품격 있는 몸짓으로 의식을 집행함으로써, 죽음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의례라는 문화적 영역으로 포섭하는 역할을 한다. 납관사는 죽음 앞에 선 수많은 유족들의 후회와 회한을 있는 그대로 받아낸다. 이 영화는 영원히 화해할 것 같지 못할 것 같던 어떤 일도 죽음 앞에선 부질없는 것이며,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존재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새삼스레 알려준다.


일본에서 열리는 '슈카츠(終活) 박람회'에서 참가자가 수의를 입고 실제 관 속에 누워 어둠과 단절을 느끼며 자신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면 대하는 사후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NHK TV 뉴스를 보았다. 이는 초고령슬롯이기도 하고 자연재해에 취약한 일본에서 삶의 마지막을 주체적으로 준비하는 문화적 현상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죽음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생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는 실존적 의미도 갖는 일인 듯하다.


언젠가 누구나 맞게 될 죽음에 관하여 영화 굿바이와 박람회 소식이, 오늘의 나를 더 선명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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