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모자회사 간 내부거래 및 자본거래

규제 완화의 법적 쟁점과 글로벌 스탠다드의 비교 분석

by날개

완전모자회사란 모회사가 자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지배-종속 관계의 기업 형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지분 구조하에서 양 주체는 법적으로는 분리된 법인격을 지니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하는 단일한 운명공동체적 특성을 보인다. 이들 사이의 거래 범위는 단순한 원자재 및 상품의 매매를 넘어 시스템 통합(SI), 물류, 광고 등 용역의 제공과 자산의 양수도, 그리고 자금의 대여나 유상증자 참여 등 자본거래 전반을 포괄한다. 종래 한국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는 완전모자회사 관계라 할지라도 법인격이 분리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별개의 사업자로 취급하였다. 이에 따라 이들 간의 내부거래 역시 일반 계열회사 간 거래와 동일하게 기계적인 위법성 기준을 적용하여, 시장 가격과의 괴리 여부에 따라 부당지원행위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이하 사익편취행위)의 잣대로 엄격히 규제해 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기계적 일률 규제가 기업 경영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재계 및 학계의 비판을 수용하여 지침 개정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3월 27일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하여 행정예고하였고, 동년 상반기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이를 공식 발효하였다. 이번 개정은 법률이나 시행령 자체의 문언을 수정하기 까다로운 현실을 감안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성을 심사할 때 사용하는 하위 고시인 심사지침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이번 개정 지침은 성격상 기업에 유리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에 해당하므로, 지침 시행 이전에 발생한 행위라 할지라도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나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인 과거의 내부거래 사건에 대하여도 완화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소급적용의 효력을 가진다.


개정 지침의 구체적인 워딩을 살펴보면 완전모자회사의 특수성을 명시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정된 부당지원 심사지침은 "완전자회사가 독자성을 상실하고 완전모회사가 자신의 사업 일부로서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완전모자회사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고 규정하며, 이 경우 "지원의도,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경쟁여건의 변화 등의 측면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고려한다"는 판단 기준을 신설하였다. 아울러 사익편취 심사지침에는 완전모자회사 간 거래가 특수관계인의 부의 총합이 증가하지 않고, 공동의 효율성 증대 목적 외 다른 목적이 없으며,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고, 타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안전지대(Safe Zone)' 원칙을 명문화하였다. 이러한 개정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나 꼼수 탈법 목적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투명한 구조라면, 내부 분업화를 통한 기업 운영의 효율성 증대 명분을 인정하여 과도한 법적 리스크를 해소해 주겠다는 목적을 지닌다.


이러한 완화 원칙은 단순한 상품·용역의 거래뿐만 아니라 모회사가 자회사의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의 '유상증자' 등 자본거래 행위에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적용된다. 엄밀히 말해 증자는 회계 및 상법상 자본거래에 해당하여 일반적인 손익거래인 내부거래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공정거래법 제45조의 부당지원행위 관점에서는 자금이나 자산을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하는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파악된다. 만약 자회사가 적정한 시장 가치나 정상가격대로 신주를 발행하고 모회사가 이를 인수했다면 회사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의 부당성 판단 기준은 단순히 가격의 적정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장 왜곡의 결과'라는 실질적 효과를 중시한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일반 금융시장이나 독립된 제3의 투자자로부터는 도저히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부실 자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집단이라는 지위와 모회사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정상가격 증자에 참여해 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정상적인 자금 조달 기회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준 특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가격이 정상적이더라도 해당 증자가 한계기업의 시장 퇴출을 막고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여 관련 시장의 공정 경쟁을 저해했다면 부당지원행위로 처벌될 수 있으며, 개정 지침 역시 탈법행위나 한계기업 퇴출 저지 목적의 증자는 완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이러한 연계 성격을 분명히 했다.


이 지점에서 규제 완화에 따른 심각한 우려와 시장 왜곡의 부작용이 제기된다.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시장 경쟁력이 결여되어 자연스럽게 도태되어야 할 부실 자회사에 대하여, 단지 지분 100% 관계라는 명분을 방패 삼아 모회사가 계속해서 증자나 일감 몰아주기로 산소호흡기를 부착하는 '좀비 기업 연명치료'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러한 인위적인 연명은 시장의 자정 작용을 마비시켜 해당 산업 전반의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자본력의 뒷받침이 없는 건전하고 혁신적인 독립 중소·중견기업들을 오히려 시장에서 고사시키는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나아가 자회사의 만성적인 부실이 모회사로 전이될 경우,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의 가치를 훼손하고 대기업 집단 전체의 동반 부실화를 촉발하여 과거 외환위기 시절의 '선단식 경영' 부활이라는 거시경제적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한편, 해외 선진국의 경쟁법제는 이러한 완전모자회사 간의 거래를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강력한 수준으로 규제에서 제외해 왔다. 미국의 경우 셔먼법(Sherman Act) 제1조의 부당한 공동행위 및 공모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연방대법원의 Copperweld Corp. v. Independence Tube Corp. 판결[467 U.S. 752 (1984)]을 통해 '단일 경제적 실체(Single Economic Entity)' 원칙을 확립하였다. 미 대법원은 지분 100%의 모자회사는 시장에서 하나의 주체로 행동하므로 법 제1조가 전제하는 '둘 이상의 주체 간의 공모(Conspiracy)'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아 내부적 자금 이동이나 거래를 완전히 면제하였다. 유럽연합(EU) 역시 유럽연합 기능조약(TFEU) 제101조의 경쟁제한적 합의 금지 규정을 적용할 때 '단일 경제 기업(Single Undertaking)' 이론을 원용한다. EU 사법재판소는 자회사가 법인격은 분리되어 있더라도 모회사의 결정적 영향력(Decisive Influence) 하에 놓여 독자적인 시장 행동 권한이 없다면 이들을 한 몸으로 취급한다.


유럽연합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이론적 배경은 프랑스 판례법에서 유래하여 유럽 전역의 회사법 및 경쟁법에 영향을 미친 '로젠블룸 원칙(Rozenblum Doctrine)'이다. 프랑스 파리고등법원의 1985년 Rozenblum 판결을 통해 정립된 이 원칙은, 그룹 내 계열사 간의 자금 지원이나 내부거래가 유죄(배임 및 부당지원)가 되지 않기 위한 조건으로 그룹 차원의 일관된 기업 전략이 존재할 것, 계열사 간 상호 이익과 부담의 균형이 맞을 것, 그리고 지원을 수행하는 계열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과도한 위험 부담이 아닐 것 등을 요구한다. 즉, 기업 집단 내부의 유기적 거래가 전체의 생존과 효율성이라는 거시적 목적하에 통제된다면 개별 법인격의 잣대로 무조건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실질주의적 접근이다. 한국의 이번 개정은 이러한 미국과 유럽의 '단일 실체성'을 제한적으로나마 수용하려 한 시도이지만, 해외가 '개념적 불성립'을 이유로 전면 면제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경제력 집중 방지라는 특수성 때문에 '부당성 평가의 완화'라는 조건부 안전지대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범위의 차이를 보인다.


현재 전 세계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패권 전쟁 시대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국가적 지원 속에 조 단위의 유상증자와 거대한 M&A, 그리고 계열사 간 데이터 및 인프라의 전폭적인 공유를 통해 가공할 속도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환경에서 한국 대기업에만 낡은 내부거래 규제 기준을 경직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글로벌 라운드에서 한국 기업의 손발을 묶는 역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의 실익은 분명히 존재한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자원의 집중이 국가 생존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규제의 거대한 딜레마가 발생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대기업의 결속과 자본의 유연한 이동을 무제한 허용할 경우, 국내 시장에서는 대기업 자회사들이 자본력을 무기로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고사시키는 '킬러 인수'나 생태계 독점이라는 왜곡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내 중소기업 보호와 공정 경쟁이라는 명분에 매몰되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댄다면,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기업들이 속도전에서 밀려 도태되는 국가적 손실을 입게 된다. 결국 공정거래법이 나아갈 방향은 '속도와 공정'의 정교한 균형점 설정에 있다. 완전모자회사 내부거래 규제 완화는 그러한 균형을 향한 일보 전진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향후 공정거래당국이 '진정한 혁신을 위한 시너지 창출'과 '부실 좀비기업의 은밀한 연명치료'를 사후적으로 얼마나 칼같이 가려내고 차단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이 제도의 거시경제적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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