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품을 걸칠 상인가?

아니면, 졸부 상인가?

by현해

남편은 시력이 좋습니다.
동체시력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걸 아예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남편에 비하면' 저는 명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이 입은 옷은
무엇을 입었느냐보다 그 사람의 분위기와 어울리는지를 눈여겨봅니다.

명품 매장에 어떤 신상이 나왔는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명품인지 아닌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낯선 브랜드는 어떻게 읽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Matin Kim은 어째서 [마틴 킴]이 아니라 [마뗑 킴]이어야 하나요;;;)

저는 명품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입은 명품에 관심이 많은 거였더라고요.

정확히는 명품과 사람이 어울리는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까다로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사람이 명품을 입을 만한 사람인가'

말이나 행동거지는 영 싸구려인데
몸에는 명품을 주렁주렁 두른 사람을 보면
명품이 사람을 명품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어울리지 않을 때는
그 간극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방송국 카메라테스트를 보기 위해서는 진달래색 맞춤 재킷을 입고
전문가에게 헤어, 메이크업을 받는 풍조가 있었습니다.

그러지 못했던 저는 그때부터 배알이 꼬였나 싶습니다.

'쟤는 뭔데 나랑 같은 취업준비생 주제에 명품백 들고 차를 몰고 다니지?'

겉치레만큼 속이 알찬 사람은
지금도 절반이 될까 말까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사람을 보는 눈이 특별히 정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사람의 언행과 그 사람이 걸친 것 사이의 어긋남을 잘 봅니다.

옷이 아무리 비싸도 사람이 그 옷을 못 받쳐주면 어색하고,
반대로 아주 평범한 옷을 입었는데도
그 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은 그러지 않으려다 보니
값비싼 물건을 가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명품이 아니라 인품으로 치장하고 싶습니다.

이쯤 되면 생각나는 흔한 그 표현.

사람이 명품이어야지.

참 뻔한 말인데,
이럴 때 보면 또 맞는 말입니다.



시력이 좋고 동체시력도 좋은 남편이지만
사람의 옷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10억을 벌어도 SPA 브랜드와 아울렛에서 쇼핑하겠답니다.
속이 꽉 찬 남자 99.9
사랑도 99.9

이만하면 잘 고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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