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이 기준을 지웠다]

by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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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을 좋아했다. 명확하지 않은 그 느낌과 에너지, 그리고 그것이 열어두는 해석의 가능성들. 하지만 이제는 그 다양한 해석이 긍정적인 확장이 아니라 불편한 왜곡과 편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추상이 있기에 기준이 사라지고, 오히려 우리는 결정이 더 어려워졌다.


디지털 슬롯에서 우리는 다시금 유물론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느낌적인 느낌이 주던 추상적인 에너지는 한동안 사람들에게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여백의 공간이 지나치게 넓어지면서 우리의 기준 자체가 사라진 것 같다. 무엇이든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무엇도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말과 같아졌다.


더 이상 개성과 다양성만을 논할 때가 아니다. 다시금 우리가 본질로서 지켜야 하는 기준과 방향성을 잡아야 할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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