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처럼

by정아라

일터 선생님들의 모임에 참여하였다가 우연히,

비즈로 팔찌 만들기를 해 보게 되었다.


일단 판매를 위해 일정한 길이의 실에 꿰어져 있던 1밀리미터 남짓한 크기의 구슬을

모두 그릇에 빼 놓는다.


1밀리미터 남짓한 구슬에 자세히 보면 작은 구멍이 있다.

0.01밀리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그 구멍에 역시 0.01밀리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낚시줄 중에서도 가장 가느다란 낚시줄을 팔찌보다 조금 더 길게 자른 후,

구슬을 꿰면 된다.


'말로 하니 참 간단하군.' ㅋㅋㅋ


그런데 가느다란 낚시줄을 잡고 구슬에 난 작은 구멍에 낚시줄을 끼우는 일,

그게 문제다.


너무 작아서 손에 들고 끼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테이블의 작은 그릇 위에 놓은 채로 끼워야 하는데

낚시줄을 정확히 구멍에 끼우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낚시줄을 짧게 손에 쥐고

그릇 위의 구슬에 집중한다.

실에서 나왔으니 구멍이 있는 게 맞는데, 구멍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구슬이 너무 작다.


우연히 빛이 비추니 갑자기 없던 구멍이 보인다!

오, 정말 구멍이 있다!

경이롭다. 이 작은 구슬에 이렇게나 작은 구멍이 있다고?


낚시줄을 구멍에 맞춘다.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은 맞추려고 애쓰는 것이다.


갖다 대어 끼우려고 했으나 또르르, 구슬이 구른다.

구멍도 돌아가 버린다.

겨우 발견한 구멍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러니 낚시줄에 구슬이 꿰어지지 않는다.


그저 작은 구멍에 낚시줄 끼우기에 집중한다. 집중, 집중, 초집중.


그러다가 웃음이 터졌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집중을 하는지,

내 모습에 웃음이 난다.

옆에 계신 분들을 돌아보니 한없이 사랑스러운 마음이 된다.


어린 아이로 돌아간 것 같은 마음.

살다가 오는 이런 순간들은 작은 축복이 아닐까.


지난 번엔 모루로 장미꽃 코사지 만드는 것을 해 보았는데, 똥손인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인지 알았다. 생각보다 더 똥손이다. ㅎㅎㅎ


똥손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본다는 건 신성한 일이다. 어린 아이로 돌아가는 시간이니까. ㅎㅎㅎㅎㅎ


어른이라는 신분, 각자의 슬롯적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구슬 꿰기에 넋을 잃는 시간. 그것은 단순히 예쁜 팔찌 하나를 얻는 일 이상이다.


제 핏줄도 아닌 조그만 구슬 구멍과 몸싸움을 벌이며 짐짓 심각해지다가도, 짜릿한 성공의 순간에 다 함께 진심으로 탄성을 지르는 그 찰나의 순간이야말로 진짜 삶의 감각이 살아나는 시간이다.


모두 함께 어린아이처럼 집중한다. 더 빨리 잘 구슬을 꿰신 선생님들이 진심으로 존경스러워진다. 잘 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주어진 순간에 그렇게 집중하는 모습에서 존경심이 일어난다. 그 와중에 잘 못 하는 사람들을 살펴 돕기도 하고 격려도 하는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스물스물 묘한 '동지애의 끈'이 구성원들을 연결한다.


늘 아이들과 함께 하거나 아이들을 생각하는 우리들은 그렇게 아이들의 순간을 함께 경험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들처럼, 어른들도 그저 함께 유치해지고 함께 유쾌해질 수 있는 무해한 시간. 그 시간은 어쩌면 우리가 어른이 되고 일하느라 굳혀버린 마음의 근육을 풀고 삶의 진짜 맛을 복원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진짜 삶은 이처럼 함께 아이로 돌아가는 아주 작은 순간들에서 발견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라파엘로처럼 그리는 데는 4년이 걸렸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데는 평생이 걸렸다."

(It took me four years to paint like Raphael, but a lifetime to paint like a 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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