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틈

byIris K HYUN

오늘은 소설 '언로그' 발행일이지만 구정연휴라 소설도 쉰다.

다음의 디아스포라로 넘어가는 시간에 숨이 좀 필요하기도 하여. 나에게는 소설과 비소설의 경계가 언제나 모호하여 그 시간의 다리에서 획획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짧게 하나 쓰면서 혼자 구르고 구르며 느끼는 시간이 참으로 더디다. 꼴랑 그거 쓰려고 그렇게 굴렀냐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지난주 현대무용의 움직임을 하면서 바닥 쓸고 구르고 벌떡 일어나기가 조금은 빨라지고 있다. 선생님은 그렇게 몸을 내던질 필요가 없다고 하셨으나 요령이 없어서인지 무릎에 온통 멍이다. 그 멍을 보며 뭔가 뿌듯하니 나도 참 별난 인간이다. 발리에서 누군가 내 팔뚝에 그려준 그림 같이 보인다.


어제는 몇 년 전 읽은 서경식 선생님의 디아스포라 기행을 조금 펼쳐보다가 잠들었는데 난데없이 식은땀까지 줄줄 흘리며 떨다가 깼다.


경계인이기에 줄 수 있는 시야와 관점이 있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기에 어쩌면 존재에 대한 가장 깊은 성찰을 하며 살 수밖에 없던 사람들.

머물고 싶은 감각, 나는 그걸 다시 느끼고 싶어서 의식적으로 안간힘을 썼는데 그렇게 할 때는 안 찾아지던 것이 오히려 머물 수 없는 감각의 역사?를 보다가 평화를 찾았다.


AI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단순히 많은 지식을 가진 것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질 때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무엇에 열정을 두고 살아갈까?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앞으로 오리지날리티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질 때 자신이 표현하고 만들어가는 것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것인가.



+ 첫 번째 디아스포라의 영감이 된, 김시종 선생님의 시, 화석의 여름 전문을 적는다.


돌인 듯 마음속에선 꿈을 꾼다.

사실 내 가슴 깊은 곳에는

여름날 터져 나온 저 아우성

운모 조각으로 응어리져 있다.

돌이 된 의지가 부서진 세월이다.

양치식물이 음각을 새긴 것은

돌이 품어 안은 고생대의 일이다.

군사경계선처럼 잘록한 지층에는

지금도 양치식물이 태고의 모습으로 휘감겨 있다.

꿈마저도 거기에서는

화석 속 곤충처럼 잠들어 있다.

그 돌에도 스치는 바람은 스쳐간다.


그리하여 어느 날 그야말로 뜻밖에

탄화한 씨앗이 싹 틔운 가시연꽃의 살랑거림이 되어

오랜 침묵을 한 방울 목소리로 바꾸는 바람이 된다.

그늘진 계절은 그렇게

바람 속에서 번져나간다.


가장 멀리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에

하루는 소리 없이 꼬리를 끌며 사라져갔다.

새가 영원의 비상을 화석으로 바꾼 날도

그처럼 저물어 덮히었으리라.

몇 만 날이나 되는 태양의 그늘에서

만날 수 없는 손이 아쉬운 석양을 사투리로 가리우고

말더듬는 자의 등 뒤에서

바다는 하늘과 가만히 만났다.

더 이상 입멸의 때를 우리는 갖지 않는다.

일체의 반목이 불에 타올라

연홍색으로 엷어지는 어둠의 침잠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체념은 시커멓게 돌로 돌아가

바로 그 돌에 소망은

한 장 꽃잎으로 들어가 박혀야 한다.

생각해보면 별인들 돌의 가상에 불과한 것

화구호처럼 내려선 하늘 깊숙이

홀로 남몰래 가슴의 운모를 묻으러 간다.



++

지난주 발도르프학교 대표(교장) 박규현 선생님으로부터 내 이름자의 뜻을 들었다. 괴테랑 슈타이너의 색채 들으러 갔다가 내 이름을 품고 온 느낌이다. 단순히 밝은 현이 아니라 '깊은 빛'이다. 내가 쓰는 모든 이야기가 별안간 생동감있게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그분의 삶의 이야기가 괴테랑 슈타이너보다 훨씬 재밌었다. 존재만으로 깊은 위안과 힘이 되는 시간이다.


대학 때 캠프 리더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다양한 캠프가 있었는데) 나는 내가 지원하지도 않은 군위에 있는 간디 자유학교에 보내졌다. 그땐 왜 나를 여기에 보냈나 툴툴거렸더랬다. 한국으로 지원한 외국 애들이랑 거기 학생들이랑 여름 한철 신나게 놀다가.. 당시 내가 1년 가량 앓고 있던 불면증이 한방에 치유가 되었었다. 언제 불면증이 있었나 싶게 어느 순간부터 머리만 대면 쿨쿨 자고 있었다. 어딜 가도 아이들과 놀게 된다. 아이들과 수준이 비슷한 건지.. 하.


한글에 대해서 더 깊이 알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보세요!

정음한글교육

Jeongeum Hangeul Education All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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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설 '고양이의 눈으로'에 고양이가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은 바닥을 많이 쓸어서 손?발바닥이 통통해졌어요.ㅎㅎ



"내 이름은 깊은 빛이야." 그걸 수화로 시켜보려고 AI에게 프롬프트를 던졌는데 이런 영상을 주네요. ㅎㅎ예전에 포르투갈 어딘가에서 몸동작으로 제 이름을 소개했던 적이 있어요. 각자 이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런 걸 아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겠더라고요. 이게 재밌어서 한국에서도 몇 번 해봤는데 그렇게 익힌? 이름은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나무가 오늘 부는 바람에 흔들리면

우리의 반복되는 이야기는

늘 이렇게 끝나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소설, 고양이의 눈으로 중에서



+ 두 번째 디아스포라 연재는 잠시 쉬었다갑니다. 유료 구독자분들은 참조 부탁드릴게요! 새로 구독하시는 분은 지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노래는 제이팍, 가나다라.

https://youtu.be/v224EdAkZr8?si=DQvc2Tz8skwKLd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