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와 핫도그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준 분들

by눈썹달

남편이랑 코스트코 장 보고 나니 출출해져서, 푸드코트 떡볶이랑 피자 한 조각 사서 스탠딩 테이블에서 먹는데, 70대쯤 되어 보이는 한 노부부가 핫도그를 사서 우리 테이블 쪽으로 오셨다.


"잠시 같이 사용해도 될까요~?" 하고 젠틀하게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에게서 잔잔한 품위가 느껴졌다. 우리는 "그럼요~!" 하며 옆으로 살짝 옮겨 공간을 만들어드렸다.


할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선캡을 쓰고 계시던 할머니는 핫도그를 제조하셨는데, 떡볶이를 먹다가 할머니를 보게 된 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다 점점 눈을 뗄 수 없어 힐끔힐끔 할머니를 훔쳐보게 되었다.


코스트코 푸드코트 핫도그는 빵에 소시지만 얹어주고 다진 양파와 오이피클소스를 따로 준다. 케첩과 머스터드는 셀프여서 손님이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한다. 할머니는 오롯이 그 핫도그 제조에 몰입하고 계셨다.


얼굴이 가려져 선캡 아래로는 할머니의 입만 보였는데, 양쪽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고 윗입술에 잔잔하게 자리 잡은 주름들이 할머니의 손가락과 함께 꼬물거리며 핫도그 제조에 집중하고 있었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고 테이블 앞엔 우리도 있었는데 할머니는 마치 할머니와 맛있는 핫도그 단 둘이 있는 것처럼 열심이었다. 양파 다진 걸 살살 올리고 오이피클소스 뜯어서 꼭꼭 짜며 올리는 모습이 어쩜 그렇게 행복해 보이던지... 소리만 없었지 할머니의 즐거운 내적 허밍이 내게도 들리는 듯해서 할머니를 훔쳐보며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졌다.


할아버지는 케첩과 머스터드를 갖고 오셨고, 할머니는 살짝 신난 목소리로 "제가 당신 핫도그 만들어놨어요~" 하시며 그렇게 열심히 행복하게 만든 핫도그를 할아버지께 주셨다. 그리고 다시 또 자신의 핫도그를 정성스럽게 만드셨다. 빵과 소시지, 다진 양파, 피클소스, 케첩, 머스터드. 그 별거 아닌 핫도그를 그렇게 맛있게, 행복하게 만드는 할머니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영양가가 높지 않은 조합의 음식을 드시면서도 할아버지께 양파가 몸에 좋으니 다진 양파 많이 드시라고 하시는 것도 너무 귀여우셨다.


나만 느꼈나 했는데 집에 오면서 남편에게 물으니 남편도 할머니를 유심히 봤다고 했다. 어르신이 그렇게 순수하게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놀라웠다며. 나와 남편은 그 노부부 이야기로 잠시 꽃을 피웠고, 우리도 그렇게 늙어가자. 그렇게 살자 했다.


어르신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어르신은 그런 곳에서 그런 음식 잘 드시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그런데 70대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셔서 스탠딩 테이블에 서서 나란히 핫도그를 만들어 드시는 모습, 그것도 소녀처럼 오롯이 그 행복감에 빠져 만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저 연세에도 저리 사랑스러울 수 있구나. 핫도그 하나를 앞에 두고 저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우리는 아직도 멀었구나.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지 말로는 많이 듣고 떠들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좋은 삶은 선캡 속 할머니처럼, 그 순간 내 앞의 그것에 푹 빠져버리는 것,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 내 앞에 있는 것에 행복해하는 것이었다. 그런 분에게서 얻는 좋은 에너지는 더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행복을 느끼는 것에서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했다.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눈앞에서 보여주셨던 분. 그 노부부를 보게 된 우연이 행운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 이름 모를 할머니를 내 맘속 롤모델로 삼았다. 핫도그 만드시던 할머니의 모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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