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바쁜 게 좋지

by눈썹달

회사생활을 이어오는 동안 바빴던 날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정을 꾸리고 난 후에는 할 일이 배가 되어 늘 바빴고,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바빠 죽겠단 말이 절로 나오던 시절도 길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말씀하시곤 했다. "그래도 바쁜 게 좋지."라고.


바쁜 게 좋긴 뭐가 좋은가. 누군가는 바쁜 건 악에 가깝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바쁘면 여유가 없어지고, 여유가 없어지면 이해심도 없어진다. 여유공간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일들로 그야말로 삶이 퍽퍽해진다. 목에 찰 때 한숨 터지듯 나오는 소리가 바빠 죽겠다 아닐까.


지금은 연차도 나이도 들어서 온라인 게임에서 한창때처럼 일하지 않는다.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직바카라과 위치에 따라 일의 방식과 성격이 달라진 것이다. 오히려 아직도 바빠 죽겠을 정도로 일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람이 없다거나, 방법을 못 찾고 있다거나.



그런 내가 요즘 좀 바쁘다. 회사 일 때문이 아니라 본업이 끝난 후에 추구하는 개인업무들 때문에 그렇다. 미래를 위해 내가 선택한 것들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반짝하다 끝나지 않게 계속 생각을 유지하며 행동하고 있다. 가벼운 온라인 스터디에 참여하고, 처음으로 오프라인 설명회도 가보고, 유료 온라인 과외와 과제도 해본다. 이전엔 설렁설렁했다면 지금은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하자고 '마음먹은 일'을 '해야 할 일'로 전환시켜서 나를 조금씩 밀어붙이며 몰입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이런 내 모습의 밑바닥에는 오랜 불안감과 조급함이 깔려있다. 한동안 그 불안에 얽매여 마음이 힘들었고, 계속되는 조급함에 오히려 더 방황했다. '내가 바라는 삶'과 '현실의 나'의 격차가 컸다. 그 격차를 인정하고 이제는 불안함과 조급함을 평상심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바라는 삶으로 가는 방법은 오직 하나, '행동하는 것'뿐이다. 행동하고 또 행동하면서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 그렇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여전히 나는 하루 3시간 넘게 걸리는 출퇴근길을 오가며 시간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금 이 바쁨이 싫지 않다. 오히려 바빠서 다행이고 좋다는 기분마저 든다. 열심히 일하면서 또 다른 준비를 하는 나 자신이 퍽 마음에 든다. 나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자발적 바쁨은 "그래도 바쁜 게 좋지." 하는 어른들 말씀에 부합한다. 그래, 내가 선택한 바쁨이라면 바쁜 게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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