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목표와 그에 맞춘 꾸준함이 필수
최근 어느 영상에서 시작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지속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라고 했다. 그 말은 내게 현타를 주었다. 평소에 뭔가 마음먹으면 시작을 잘하는 편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며 나름 자부심이 있었는데, 시작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타인의 말에 내가 또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시작은 쉽고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 시작이 있어야 일이 진행되니까 시작이 물론 중요한데, 결국 유의미한 변화와 결실을 맺는 시점은 오랜 시간 지속해 냈을 때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그토록 꾸준함을 강조하는 거라 생각한다. 최근에 나는 꾸준함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는 나에게 쌓이는 꾸준함이고, 또 하나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꾸준함이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꾸준히 할 때 꾸준함의 함정에 빠지는 것 같다.
나는 내게 쌓이는 꾸준함에는 나름 자신이 있다. 주로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 독서, 건강 챙기기 같은 것이다. 사십대라면 너도나도 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 속할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을 꾸준히 하는 것도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쌓이는 것들에 꾸준하다는 것은 내 삶의 기반을 단단히 하는 일이다.
반면에 나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꾸준함에 취약하다. 이 꾸준함은 비전과 맞물려 있다. 나의 선택과 방향성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것을 지금 꾸준히 할 때 그것을 통해 내가 도달할 곳이 어디인가를 아는 게 핵심이다. 역으로 도달할 곳을 먼저 정해놓고 그것에 맞춰서 하루하루 꾸준하게 사는 것이다.(운동선수의 목표와 훈련과정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 부분에서 꾸준하지 못하다면 이유는 비전이 없거나, 비전을 세웠으나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목표 없이 그냥 하는 일은 나를 나아가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오랜 시간을 지나고서야 알았다. 충분한 현실자각과 고민의 토대 위에 진정으로 바라는 목표를 세워야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세운 목표를 향해 꾸준함이 발휘될 때 목표에 근접하는 성장을 하는 것 같다.
'퓨처셀프'라는 바카라에서는 한 연구를 소개했다. '명확한 방향이 없을 때, 사람들은 원을 그리며 방황하는가?'에 대한 테스트였다. 우리가 직선으로 걷는다고 진짜 직선으로 걸어가게 될까? 이정표가 없는 숲에 실험 참가자들을 두고 "직선으로 걸어가라"라고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직선 경로로 똑바로 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지름 20m 이내의 원을 그리며 걸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걷는 방향에 대한 믿을만한 단서가 없으면, 실제로 원을 그리며 걷는다."는 결과였다. (181page 발췌)
방향 없는 꾸준함과 열심은 되려 원을 그리며 방황하게 만든다. 유한하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꾸준함이 나를 나아가게 만들려면 무엇을 향해 어떤 것을 꾸준히 할 것인지 좌표를 찍고 직선으로 가야 한다. 좌표 없이 지금 무언가를 계속하면서,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다 보면 잡히는 게 있겠지 하는 것은 희망고문이 될지도 모른다. 뭔가 계속하고 있으니 열심히 사는 것 같은 기분에 위안을 얻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고 봤을 때 제자리걸음일 수도 있다.
나도 지금까지 그냥 꾸준하게 무언가 한다는 것에 위안을 얻어왔다. 꾸준함의 함정이다. 남들 다 하는 운동, 독서, 건강관리. 이런 것들을 시간 내서 틈틈이 한다고 다른 내가 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다. 나에게 쌓이는 것들을 매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방향, 내가 되고 싶은 무엇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세워놓지 않고 쉽게 해볼 만한 것들을 그냥 계속 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원점의 고민으로 돌아온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은 똑같고, 그 안에서 내가 나아가고 싶다면 구체적인 목표와 그에 맞춘 꾸준함이 필수라는 생각을 부쩍 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드림보드라는 걸 만들고 그리고 쓰는 모양이다.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쓰고 현실에서 계속 마주쳐야 방향을 잃지 않고, 좌표를 인식하며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좌표,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구체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원을 그리며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려면, 원하는 삶에 한 발짝이라도 가까이 가려면 매일 구체적으로 꾸준히 좌표를 따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