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동안 변종도 많이 생긴 토착화종
제공: 우보농장 이예호
자광도(紫光稻)는 비교적 내력이 확실한 쌀이다. 조선 인조 때 중국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이 길림성 지역에서 밥맛이 좋다는 쌀을 가져왔다고 하고, 홍만선의 '산림경제', 서유구의 '행포지' 등에도 자광도의 기록이 나온다.
자광도와 연관검색어 같이 붙어오는 말이 '밀다리'다. 밀다리는 현재 김포 월곶면 개곡리 부근의 지명이었다. 나무로 만든 일종의 부교가 있어서 밀다리라는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 지역이 바로 길림성에서 들여온 그 쌀의 시배지라서 자광도와 밀다리는 거의 같은 말로 쓰이기도 한다. 위의 농서에도 자광도가 아니라 밀다리로 표기되고 있다.
김포시 월곡면 개곡리의 밀다리 마을박물관에서는 지금도 이 자광도의 명맥을 이어가는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원산지에서 재배지까지 기록이 잘 남아있는 쌀이다.
기록에도 자광도는 자색과 흰색이 있어서 홍자광과 옥자광이 있다고 했다. 조선 인조때부터면 지금까지 어언 400년에 가깝다. 그 동안 정착을 넘어 분화(진화)했음이 당연하겠다.
국립 농업유전자원센터의 자료에도 자광도 종자가 세 가지로 보관되고 있다. 세 가지가 시험재배 결과를 보면 특성이 조금 다르다. 그 중에 '유망(有芒)자광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유망은 까락(수염)이 있다는 말이다. 우보농장에서 농사지은 자광도의 이삭에 까락이 있고, 또 여러가지 재배기록의 특성이 유망자광도와 일치하는 편이다.
공통적으로 키가 커서 도복이 잘 되고 수확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농부 입장에선 농사짓기 까다로운 벼다. 그래도 진상미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면야 충분히 지어볼만한 농사였을 것이다. 기계화가 안 되어 어차피 이런저런 품이 많이 들어가던 예전에는 특히나.
우선은 우보농장에서 현미를 받아 밥을 지어보았다. 현미가 다 색이 진한 편이라긴 하지만, 이 자광도는 특히나 짙은 색이고 호분층의 거친 맛도 훨씬 더 하다. 밥을 지을 때 쌉싸름한 향이 올라오는 것이 강한 편이다.
그 외의 밥맛을 논하기엔 역시 현미 상태는 적절하지 않은 듯 해서 가정용 도정기를 가동해 본다.
처음 5분도로 하다가 7분도로 올렸으니 평균해서 6분도 정도 잡으면 되겠다.
보통 5분도에는 쌀눈이 거의 붙어있는 편인데 이 자광도는 쌀눈이 많이 떨어졌다. 5~7분도 도정에도 밥에 은은하게 색이 비치는 것은 확실히 특징이다. 내 눈에는 자색보단 홍색에 더 가까와보이긴 하지만.
조선은 사대(事大)의 국가, 그것도 병자호란으로 임금이 머리를 조아린 후라서 대국의 위세는 비할 데 없이 당당했을 것이고 그 문물에 대한 부러움은 현대의 명품 사랑과는 비교도 안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자색은 황제의 색. 대국에서 들여온 쌀을 마케팅하기에 최고는 역시 왕궁에 진상. 왕궁에 바칠 핑게로는 홍색보다 자색이 더 좋았을 것인가 싶기도 하다. 이상은 색각 이상자의 망상.
밥을 지어도 그 은은한 색은 어디 가지 않는다. 확실히 술이나 떡을 지을 때 이것은 유용한 특성이겠다.
중요한 밥맛은 아쉽게도 대단한 특징이 있는 정도는 아니다. 왕의쌀이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바와는 달리 이 정도 도정을 해도 제법 식감이 거센 편이고 현미밥 지을 때 올라왔던 향도 다른 토종쌀에 비해서 특출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어디가 빠진다는 말도 아니지만.
대체로 무난한 밥을 지어낸 오늘의 밥짓기는 80점.
제공: 우보농장 이예호
어쨌거나 타이틀은 왕에게 바친 진상미. 모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는 이 쌀을 입도선매 해서 밥을 지어낸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니 만큼 탁월한밥맛도 이 쌀로 행사를 한 번 해볼까 한다. 어딘가 아직 깨닫지 못한 잠재력이 있을까 해서 몇 번 더 밥을 지어 연구해볼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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