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오타니가 될 수 없다.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 경쟁의 딜레마

by이현성
실력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인성과 됨됨이다.


운동선수의 세계뿐 아니라 아이들을 교육하는 모든 분야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선수. 지도자라면 누구나 그런 선수를 만나고 싶어 하고, 부모라면 자신의 아이가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경쟁의 한가운데에서 늘 이타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경쟁은 누군가를 이겨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다. 운동선수는 상대를 배려하는 동시에 상대보다 앞서야 하고, 동료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기회를 위해 다른 사람의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운동선수에게 이기심은 완전히 제거해야 할 결함이라기보다, 반드시 다루어야 할 감정에 가깝다.

우리 세대의 농구 영웅 마이클 조던은 강한 승부욕과 집요함으로 상징되는 선수였다. 그는 이기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자극했고, 때로는 상대와 동료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심지어 실제보다 더 큰 적대감을 만들어 그것을 승부의 연료로 삼기도 했다.


그의 까다롭고 공격적인 성향이 그를 위대한 선수로 만드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비슷한 시대에 운동선수로 살아온 나 역시 어느 정도 공감한다. 소위 ‘한 성격’ 하지 않고서는 경쟁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 분명히 있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마음, 상대에게 지고 싶지 않은 감정, 자신이 더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은 선수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된다.


반면 오늘날에는 오타니 쇼헤이처럼 거의 이상적으로 보이는 선수도 있다.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도 상대를 존중하고, 경기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행동까지 긍정적인 태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뛰어난 실력과 겸손한 태도, 자기 관리와 배려를 함께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운동선수의 상에 가깝다.


그렇다고 마이클 조던의 거친 성격을 따라 한다고 해서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매일 경기장의 쓰레기를 줍고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모두가 오타니 쇼헤이가 되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선수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재능과 노력, 환경을 지닌 특별한 사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차피 그들처럼 될 수 없으니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마이클 조던이 보여준 이기심보다 오타니 쇼헤이가 보여주는 이타심을 더 선한 가치로 평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상대를 존중하고, 동료를 배려하며, 자신의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은 당연히 옳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이기심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모든 이기적인 감정은 잘못된 것일까.


선수가 자신의 출전 기회를 원하고,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며, 팀의 중심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까지도 나쁜 것으로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적절한 이기심은 선수를 성장시키는 좋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남보다 잘하고 싶다는 욕망은 더 열심히 훈련하게 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쉽게 포기하지 않게 만든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역시 꾸준한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기심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가에 있다.

자신이 잘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마음 때문에 다른 선수를 깎아내리거나, 기회를 빼앗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힘이 약한 사람을 괴롭힌다면 그것은 경쟁심이 아니라 가해가 된다. 상대를 이기고 싶다는 마음과 상대를 해쳐도 된다는 생각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다.


지도자는 선수에게 이기심을 버리라고만 말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욕망과 질투, 불안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훈련과 노력의 에너지로 바꾸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질투하면 안 돼.”
“욕심을 부리면 안 돼.”


이런 말만 반복하면 선수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숨기게 된다. 질투하지 않는 척하고, 욕심이 없는 척하며, 겉으로만 착한 선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은 숨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저 선수를 이기고 싶은 마음은 괜찮다.”
“네 자리를 빼앗길까 불안한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감정 때문에 상대를 공격할 수는 없다.”


이타심을 가르치는 일은 비교적 명확하다. 배려하라, 존중하라, 도와주라고 말하면 된다. 누구에게나 정의롭고 옳게 들리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이기심을 다루는 일은 훨씬 어렵다.

욕망을 억누르기만 하면 선수의 경쟁력까지 약해질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허용하면 타인을 해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디까지가 건강한 욕심이고, 어디서부터가 폭력적인 욕망인지 구분해야 한다.


자신이 이기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욕망 때문에 다른 사람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 선수. 경쟁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하지만, 경기와 훈련이 끝난 뒤에는 상대를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할 수 있는 선수. 그런 선수를 만드는 일이 우리가 말하는 인성교육에 더 가깝다.


궁극적으로 인간을 성장시키는 지도자로서는 선수들에게 이타적인 사람이 되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이기심이 가득 찬 어항에 이타심만을 콸콸 붓는다 해서 저절로 오타니 같은 선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수의 인간적 됨됨이를 논하기 전에 이기심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은 지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