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똑똑한 AI보다 중요한 것

AI 에이전트의 경쟁력이 바뀐다

byAI러 이채문


AI 성능 경쟁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더 큰 모델, 더 최신 모델, 더 많은 연산량을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AgentRadio 연구는 조금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더 강한 AI 하나를 만드는 대신, 여러 AI가 서로의 작업 상황을 놓치지 않도록 연결했더니 더 최신 단일 모델의 기록을 넘어섰다. 성능 향상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모델의 두뇌가 아니라 ‘소통 방식’이었다.


AI 네 대가 한 팀이 됐을 때

AgentRadio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긴 작업을 수행하면서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든 비동기 메시지 전달 계층이다. 중요한 점은 누군가의 메시지를 기다리느라 기존 작업을 멈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수동적 인지’라고 불렀다. 에이전트가 자신의 일을 계속 수행하면서 동시에 다른 에이전트가 무엇을 발견했고 어떤 진행 상황에 있는지를 인지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최신 모델 한 대보다 높은 점수

실험에는 실제 소프트웨어 저장소를 이해해야 하는 SWE-Atlas QnA의 124개 과제가 사용됐다. 아키텍처와 시스템 설계부터 근본 원인 분석, 코드 온보딩, 보안, API 통합까지 비교적 긴 맥락을 따라가야 하는 문제들이다.

Claude Opus 4.6을 사용한 단일 Claude Code 에이전트는 124개 가운데 40개를 해결해 32.3%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Opus 4.6 에이전트 4개를 AgentRadio로 연결한 구성은 77개를 해결하며 62.1%까지 올라갔다.

당시 공개 리더보드에서 더 최신 모델인 Claude Opus 4.8 단일 에이전트의 기록은 57.2%였다. 실험 조건이 완전히 동일한 직접 대결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이 결과는 모델 세대의 차이만으로 성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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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에이전트 수가 아니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다. AI를 네 대나 사용했으니 당연히 성능이 오른 것 아닌가 하는 문제다.

연구진도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러 구성을 나눠 비교했다. Opus 4.6 에이전트 4개에 단순히 업무만 분할했을 때 정확도는 39.5%였다. 여기에 에이전트끼리 협상하는 단계를 넣자 51.6%까지 상승했고, 마지막으로 수동적 인지를 추가하자 62.1%가 됐다.


계속 일하면서 남의 발견을 듣는다

AgentRadio가 제공하는 기능은 create_thread, send_message, wait_for_mention 세 가지다. 이 가운데 핵심은 wait_for_mention을 백그라운드에서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협업 구조에서는 에이전트가 자신의 작업을 끝낸 뒤 결과를 합치는 방식이 흔하다. 반면 AgentRadio에서는 한 에이전트가 중요한 정보를 발견하면 다른 에이전트들이 작업을 계속하는 도중에도 그 사실을 받아볼 수 있다.

구성 요소 제거 실험에서도 이 차이가 드러났다. 수동적 인지를 추가하자 정확도는 51.6%에서 62.1%로 10.5%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코드에서는 작은 발견이 결과를 바꿨다

연구진이 제시한 MinIO 사례가 이 구조를 이해하기 쉽다. 비동기 수동 인지가 없던 구성에서는 한 에이전트가 서버 측 로깅과 관련된 정보를 발견했지만 그 내용이 팀 전체에 전달되지 않았다.

그 결과 16개 평가 항목 가운데 11개만 통과했다. AgentRadio를 적용한 경우에는 이 정보가 다른 에이전트에게 공유됐고, 16개 항목을 모두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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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량을 늘리는 것과도 달랐다

이번 결과를 단순한 ‘돈을 더 쓰면 성능이 오른다’는 이야기로 보기에도 어렵다.

Opus 4.6 단일 에이전트를 6회 독립 실행한 뒤 가장 좋은 결과를 고르는 방식은 평균 과제당 17.76달러를 사용했고 정확도는 37.9%였다. AgentRadio의 평균 비용은 과제당 19.45달러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정확도는 62.1%였다.

물론 AgentRadio가 싸다는 뜻은 아니다. 단일 에이전트의 평균 비용은 과제당 2.96달러였고, 업무 분할만 적용했을 때는 5.38달러, 협상까지 추가하면 15.59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자원을 어떻게 연결하느냐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연산량의 절대치보다는 자원을 어떻게 조직하느냐다. 같은 모델을 여러 번 반복 실행하는 것과, 각 에이전트가 서로 다른 일을 맡고 필요한 순간 정보를 교환하게 만드는 것은 결과가 달랐다.

DeepSeek V4 Pro를 사용한 반복 실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단일 에이전트의 정확도는 29.0%였지만 4개 에이전트와 AgentRadio를 결합한 구성은 50.8%까지 올라갔다.

즉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방향은 특정 클로드 모델 하나의 특이한 결과라기보다는, 멀티 에이전트 구조 자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새로운 성능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에 가깝다.


다음 경쟁은 모델 밖에서 벌어진다

AgentRadio는 기존 AI 모델 내부를 수정하지 않는다. 별도의 메시지 서버와 통신 계층을 추가하고, 백그라운드 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 에이전트 환경 위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가 흥미로운 이유는 AI 개발 경쟁의 범위를 넓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델 경쟁의 핵심 질문이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 것인가’였다면, 앞으로는 ‘여러 모델을 어떻게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게 할 것인가’도 중요해질 수 있다.

다만 결과를 과장해서 볼 필요는 없다. 이번 연구는 아직 프리프린트이며, 62.1%라는 수치 역시 특정 벤치마크와 특정 협업 프로토콜에서 나온 결과다. 메시지를 주고받은 탓에 오히려 이전에 맞혔던 평가 항목을 놓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AI 에이전트의 다음 성능 향상이 반드시 더 큰 모델에서만 나오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조직에서도 뛰어난 개인 몇 명을 모으는 것만으로 좋은 팀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그 정보가 언제 전달되는지, 각자의 작업이 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AI 에이전트도 이제 비슷한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더 강력한 한 명을 만드는 경쟁에서, 여러 지능을 제대로 연결하는 경쟁으로 중심축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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