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4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먼은 오랫동안 싸워왔다. 머스크가 오픈AI 초기 공동 창업자였다가 갈라선 이후로 두 사람은 소송과 SNS 설전을 반복해왔다. 지난 5월에는 법원에서 판사가 직접 "SNS에서 서로 비난하는 걸 멈추라"고 지적할 만큼 도가 지나쳤고, 두 사람은 공개 공방을 잠시 멈추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다시 붙었다. 이번에는 오픈AI가 애플의 하드웨어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소송이 터지면서 머스크가 불을 당겼다. "오픈소스 AI 자선단체를 훔치더니 이제는 애플 기술까지 훔치고 있다"는 식이었다. 알트먼은 맞받았다. "투자자들에게 우주 데이터센터를 팔고 있는 건 당신"이라고 응수하면서, GPT-5.6이 세계 최고 모델임을 보여주는 벤치마크는 많지만 "일론이 다시 나에게 집착한다는 사실이 가장 확실한 벤치마크"라는 말을 남겼다.
이번 싸움을 그냥 두 CEO의 감정 싸움으로 보면 핵심을 놓친다. 타이밍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머스크의 xAI는 GPT-5.6 정식 출시 하루 전에 그록 4.5를 급하게 내놨다. 코딩 성능을 강조한 모델이었는데, 하루 뒤 GPT-5.6이 나오면서 화제를 빠르게 빼앗겼다. AI 성능 순위를 매기는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수에서 그록 4.5는 GPT-4.5 테라보다도 낮은 8위로 밀렸다. 머스크 입장에서는 타이밍도 어긋나고 성능 비교에서도 밀린 상황이다. 그 직후 공세적인 SNS 발언이 나온 거다. 공개 설전이 감정의 산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쟁에서 밀린 쪽이 여론 싸움으로 판을 흔들려는 시도에 가깝다.
두 사람의 설전이 반복될수록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게 있다. AI 경쟁의 중심이 모델 성능에서 점점 더 서사와 이미지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거다. 기술 자체보다 누가 더 신뢰받는 인물로 보이는가, 누구의 미래 비전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가가 투자자와 파트너, 규제 기관을 움직이는 변수가 되고 있다. 머스크는 알트먼을 사기꾼으로 프레이밍하려 하고, 알트먼은 머스크의 공격을 자신이 앞서고 있다는 증거로 재해석한다. 둘 다 기술 얘기를 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여론을 관리하고 있다. AI 산업을 이해하려면 모델 벤치마크만 볼 게 아니라, 이 싸움이 어떤 맥락에서 터지는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