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라는 무한한 형벌에 대하여.
어린 시절 외가에서 자란 저는
어깨너머로 외할머니의 살림 솜씨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제철 나물은 기본이고,
직접 띄운 메주로 만든 간장이며 고추장이며,
옥상 텃밭에는 상추와 부추들이 싱싱하게 자랐죠.
심지어 방의 도배(!)까지 척척 해내시는 할머니는
어린 제게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답니다.
착착착, 어디 하나 어긋남 없이 돌아가는
할머니의 작업을 구경하는 건 하나의 즐거움이었죠.
(살림 유튜버의 영상을 직관하는 느낌이랄까요?)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할머니 곁을 맴돌면,
단호한 할머니의 한마디가 들려옵니다.
'됐고, 방에 가서 공부나 해라.'
할머니의 말씀을 너무 잘 들었던 걸까요...
훌쩍 자라 버린 저는 이제 와서 후회가 가득합니다.
'아, 그때 할머니한테 좀 배워둘걸!'
독립하고 가정을 꾸리며 제 앞에 놓인 살림은
할머니의 어깨너머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데려왔습니다.
식사, 청소, 빨래, 기획노동...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고,
조금만 소홀히 하는 순간
집안 곳곳에서 삐걱거림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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