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은 노트북을 덮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캔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이 서류에 떨어졌다. 강은은 황급히 소매로 물기를 닦고 맥주를 바닥 아래로 내려놓았다.
“결말이 왜 이래? 설마 이게 결말이야?”
은하는 마지막 장을 몇 번이나 뒤집어보다가 물었다.
“이게 최선이야.”
“그래서 기증물 반환소송은 어떻게 됐는데?”
“소송이 민원 처리하듯 한 큐에 끝나지는 않더라고. 몇 년, 아니 십 년이 더 걸릴지도 몰라.”
“법원 결과 기다리다가는 바카라이 영영 못 나오겠는걸?”
강은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손가락을 딱 튕겼다.
“아, 좋은 방법이 있다. 마지막에 사건번호를 써놓고 독자들한테 직접 검색해보라고 할까?”
은하는 잠깐 솔깃했다. 그러다가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남기기로 해놓고 사건번호까지 적어 넣으면, 허구라는 얇은 방패마저 사라질 것 같아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진······ 아! 사실 나도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
은하가 머리를 쥐어뜯는 동안 강은은 어느새 은하네 김치냉장고에서 새 맥주를 꺼내 왔다.
“사실 변호사님도 이기기 어려울 거래. 나도 그럴 거라 짐작하고 있고.”
“왜?”
“부지 소송은 하운시가 이미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공건물을 짓고 활용해왔는데 돌려주기가 어렵다고 본 거고.”
“그래서 가구라도 돌려받으려는 거잖아.”
“응. 처음에는 개인이 기증물을 사적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환소송을 낸 거였어. 그런데 소송 이야기가 들리자마자 박연희 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새벽에 용달 불러서 전부 식물원으로 옮겨놨더라고.”
은하가 입을 떡 벌리며 말했다.
“여러모로 대단하네.”
잠시 뒤 은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은 전부 호해 식물원에 있는 거야?”
“응. 처음에는 수장고에 들어가 있더니, 어느 날 가보니까 복도 벽을 따라 죽 늘어서 있더라. 사람은 하나도 없고 가구만 줄지어 서 있는데,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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