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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정말 바꿀 수 없을까?

by여운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사주나 운세를 보곤 한다. 내년에는 돈이 좀 모일지, 하는 일이 잘 풀릴지, 좋은 일이 생길지 궁금하다.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미리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의 삶을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래보다 먼저 바꿔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닐까.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다. 없었던 일로 만들 수도 없고, 다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바꿀 수 없는 것이 과거이고, 아직 바꿀 가능성이 있는 것이 미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잘 안다고 믿는다. 직접 겪은 일이니 누구보다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같은 일을 겪고도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르게 이야기할 때가 있다.

예전에는 실패라고 생각했던 일이 있다. 그때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가능하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돌아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일을 겪었기에 내게 맞지 않는 길을 알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때 포기한 덕분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패했던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실패가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달라진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때는 자랑스러웠던 선택이 시간이 지나 후회로 남기도 한다. 옳다고 믿었던 행동이 사실은 두려움과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과거는 생각과 다르게 고정되어 있지 않다.

사건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일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잘못한 행동을 좋은 경험이었다는 말로 덮을 수도 없다.

다만 과거에 일어난 일과 그 일을 해석하는 방식은 다르다.

우리는 기억을 꺼낼 때마다 지금의 눈으로 과거를 바라본다. 그사이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달라진다. 그러니 같은 기억에서도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도 과거를 해석해서 만든 문장이다.

어떤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한 기억 때문에 자신을 끈기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해온 일은 떠올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맞춰주느라 하고 싶은 말을 참았던 기억을 두고 소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갈등을 피하려 애썼던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어느 해석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나 자신에게 붙인 이름이 유일한 해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남에게는 쉽게 말한다. 사람은 변한다고. 그런데 정작 자신에게는 오래된 평가를 붙여놓고 좀처럼 떼어내지 않는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나는 꾸준하지 못하다.

나는 중요한 순간마다 잘못된 선택을 한다.

이런 말들은 과거의 몇 장면에서 시작되었을 수 있다. 그 장면들이 내 삶 전체를 설명할 만큼 충분한지는 따져보지 않은 채 말이다.

그래서 과거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잘못한 일을 잘했다고 우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패를 억지로 성공으로 바꾸려는 것도 아니다. 그때의 나를 지금의 기준으로만 재판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에는 무엇이 두려웠는지, 무엇을 몰랐는지, 무엇을 지키려고 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끄럽기만 했던 기억에서 다른 모습이 발견될 수도 있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돈을 모으고, 나쁜 습관을 고치겠다고 한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이 되기 전에, 지금까지의 나를 조금 다르게 이해해 봐도 좋지 않을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테니까.

운세를 본다고 미래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를 다시 해석한다고 지나간 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과거의 한 장면 때문에 앞으로의 나까지 단정할 필요는 없어진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그 일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새해에 가장 먼저 바꿔볼 것은 미래의 계획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게 오래도록 들려준 과거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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