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졌다. 반팔 하나만 입고 나가기엔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두꺼운 옷을 입자니 낮에는 덥다. 옷장 앞에서 오늘은 뭘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럴 때면 자연스럽게 옷장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여름옷은 아직 걸려 있고, 가을옷도 꺼내야 한다. 옷걸이엔 옷이 빼곡한데 막상 입으려면 손이 가는 건 몇 벌뿐이다. 옷이 없는 것도 아닌데 입을 옷이 없다.
계절이 바뀌는 지금이 옷을 비우기 좋은 때다. 옷장을 몽땅 뒤집어엎을 필요는 없다. 계절마다 옷을 전부 꺼내 정리하려면 시작부터 피곤하니까, 딱 두 종류만 보면 된다. 이번 여름에 한 번도 안 입은 옷, 그리고 이번 가을에 입고 싶지 않은 옷.
먼저 여름옷이다.
여름이 시작될 때는 분명 입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름이 다 지나도록 한 번도 손이 안 갔다면 이유가 있다. 입으면 불편하거나, 지금 취향과 안 맞거나, 더 마음에 드는 옷이 따로 있는 거다.
물론 특별한 날 입는 옷처럼 자주 안 입어도 필요한 옷은 있다. 하지만 평소에 입으려고 사놓고 한 계절 내내 안 입었다면 얘기가 다르다. 내년 여름에 갑자기 그 옷이 좋아질 수도 있다. 그래도 올해 안 입은 옷을 내년에 꼭 입는다는 보장은 없고, 내년 여름에도 그 옷을 꺼내놓고 똑같이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가을옷은 기준이 조금 다르다. 입을 수 있느냐보다, 입고 싶으냐를 본다.
아직 멀쩡하고 사이즈도 맞는다. 비싸게 샀고 몇 번 입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입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이런 옷이 제일 버리기 어렵다. 옷에 문제가 없으니 버릴 이유도 없는 것 같아서. 하지만 옷을 입는 사람은 나다. 아무리 멀쩡해도 내가 입고 싶지 않으면 옷장에 걸려 있기만 한다.
입을 수 있는 옷은 많지만, 내가 실제로 입는 옷은 그보다 훨씬 적다. 그래서 옷을 정리할 때는 '입을 수 있나?'보다 '입고 싶은가?'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도움이 된다.
물론 아직 판단이 안 서는 옷까지 억지로 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마음에 안 드는 옷을 계속 두면, 매일 아침 그 옷을 후보에서 빼는 일도 은근히 귀찮다. 옷이 많으면 선택지가 넓어질 것 같지만, 입지 않을 옷까지 매번 훑어봐야 하니 고르는 시간만 길어진다.
옷장 정리의 목적은 옷 개수를 최대한 줄이는 게 아니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입는 옷을 쉽게 찾는 거다. 상태 좋은 옷은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중고로 팔면 된다. 따로 큰 결심을 할 필요도 없다. 옷을 고르다가 눈에 걸리는 몇 벌씩만 골라내도 충분하다.
날씨가 쌀쌀해졌으니 가을옷을 꺼낼 때다. 옷은 충분한데 입을 옷이 없다면, 뭘 더 사기 전에 안 입을 옷부터 빼보자.
내일 아침에는 옷장 앞에서 조금 덜 고민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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