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사실 다시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다.
토끼가 안 잤으면 거북이는 절대 못 이긴다. 어릴 때는 '성실하면 재능을 이긴다'는 교훈으로 배웠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성실함보다 토끼의 실수가 더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이 동화를 다르게 보인다. 거북이는 왜 굳이 육지에서 토끼랑 달렸을까? 거북이에게 유리한 물속에서 겨루자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나도 거북이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남들이 좋다는 직업을 따라가고, 남들이 성공했다는 방법을 따라 하고, 남들이 만든 기준에서 이기려고 애쓰게 된다.
그런데 애초에 그 판이 나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꾸준함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말도 종종 나온다.
맞는 말이다.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10년 동안 꾸준히 하는 건 성실함이 아니라 고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꾸준함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꾸준함이 아니라 방향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면, 그다음부터는 결국 꾸준함이 이긴다.
많은 사람이 꾸준함을 의지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큰 목표를 세우고, 처음부터 열심히 했다. 그런데 항상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오래간 건 별것 아니었다.
바카라 한 페이지 읽기.
하루 10분 걷기.
글 한 줄 쓰기.
너무 쉬워서 안 할 이유가 없는 것들.
그 작은 반복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됐다. 꾸준한 사람은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다. 계속할 수 있는 크기로 시작한 사람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진짜 교훈도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무조건 성실하면 이긴다가 아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판을 찾고, 그 판에서 오래 버티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재능도 중요하다. 환경도 중요하다. 운도 분명 있다. 그걸 무시한 채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말은 현실과 조금 다르다.
하지만 그 모든 조건이 갖춰져도 꾸준하지 못하면 오래가진 못한다.
결국 중요한 건 둘 다다.
판을 잘 고르는 것.
그리고 고른 판에서 꾸준히 걷는 것.
토끼처럼 남보다 빨리 달릴 필요도 없고, 거북이처럼 남의 경기장에서 무작정 버틸 필요도 없다. 내가 오래 걸을 수 있는 길을 찾는 것.
어쩌면 그게, 토끼와 거북이가 지금 우리에게 다시 들려주는 진짜 교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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