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제일 먼저 휴대폰을 켜고 스케줄표를 확인한다. 오늘 무슨 일이 있지? 일정이 있나, 처리해야 할 일이 있나, 혹시 빠뜨린 건 없나. 머릿속으로 하루를 훑어보다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벌써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이 하루가 끝나면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않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제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오늘 별일 없네. 다행이다.
어제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아이는 무사히 등원했고, 빨래는 무사히 끝났고, 저녁도 무난하게 지나갔다. 특별한 성과도 없고, 기억에 남을 이벤트도 없었지만 하루가 그럭저럭 지나갔다. 그리고 그날 밤은 마음이 편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원하던 일상은 사실 이런 날이었다는 걸.
요즘은 다들 바쁘다. 바쁜 게 기본값이다. SNS를 열어보면 더 바빠진다. 누군가는 여행을 가고,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누군가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보고 있으면 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이대로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괜히 일을 만든다. 안 해도 될 정리를 하고, 굳이 안 사도 될 걸 사고, 별일 없는 하루를 견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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