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차려낸 따뜻한 수련, 그리고 식탁의 힘

집밥을 해내는 힘에 대하여

by옫아

배달 음식은 참 묘합니다.

슬프거나 울적할 때 시켜 먹으면 왠지 더 쓸쓸해지지만,

기분 좋을 때 먹으면 그 기분을 그대로 이어가게 해 주니까요.


하지만 집밥이 주는 온도와 힘은 배달 음식과는 또 다릅니다.


본가에 살 때는 손하나 까딱하지 않던 내가 결혼을 하고,

오랜 자취 경험이 있는 남편에게 맛있고 영양가 있는 밥을 해주겠다고 칼을 쥐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이유식을 직접 다 만들어 먹였고, 지금도 매일의 식사를 직접 차려내고 있습니다.


집밥을 하는 행위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 그 이상입니다.

재료를 다듬고 간을 맞추는 그 시간 속에서 묘한 수련과 명상을 경험합니다.

과정과 결과가 오롯이 나의 몫이 되어 내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고,

마침내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해 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습니다.


이번 3일 연휴 동안 22개월 된 아이, 포포가 A형 독감 확진을 받는 바람에

우리 세 가족은 꼼꼼히 집에 갇혀 지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간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연휴 내내 남편과 아이를 위해 따뜻한 밥을 짓고,

다 같이 모여 앉아 밥을 나누어 먹은 그 시간은 지친 육아에 커다란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물론 아가는 아파서인지 먹는 족족 거부하고 간식과 과일로 배를 채웠지만요ㅠ)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지치지 않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굳건히 매일 해낼 수 있는 작고 소중한 일들을 차근차근 해냈을 뿐입니다.


오늘도 내 손으로 완성한 식탁 위에서,

나는 나 자신을 굳건히 세우고 가족을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하고 감사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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