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였던 내가 엄마가 되기까지, 영화 원더WONDER

W.O.N.D.E.R, 우리가 모두 기적인 이유

by옫아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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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세상의 눈동자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매일을 하나의 기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영화 <원더>는 나에게 단순한 감동 스토리로만 머물진않고 그 이상이 되었다.


영화 속 소년 어기(Auggie)가 세상을 마주하며 견뎌내야 했을 그 수많은 '궁금증 어린 시선(Wondering eyes)'과 그 속에서 싹튼 '작은 기적(Wonder)'들이 그대로 나의 지난 날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남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서야 했던 그 시절의 나,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지금의 나에게 영화 <원더>는 잊고 있던 나만의 서사를 일깨워주는 거울이었다.


이에 영화의 제목이자 내 삶의 고백이기도 한 'W.O.N.D.E.R' 여섯 글자의 철자를 차례로 짚어가며,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어보려 한다. 어어기였던 내가 엄마가 되기까지: 영화 <원더(WONDER)>기 그 자체였던 어릴 적 나로부터 출발해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또 다른 이들의 그늘을 비로소 돌아보기까지의 이 여정은 결국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기적임을 확인하는 기록이 될 것이다.




W - Without a Mask (가면을 벗다: 오드아이, 어기 그 자체였던 나)


어릴 적 나의 눈은 남들과 달랐다.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카지노 게임


양쪽 눈동자의 색이 다른 '오드아이'. 사람들은 그것을 신비롭다거나 특별하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어린아이의 세계에서 '다름'은 그저 '이상함'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언제나 내 눈에 먼저 닿았고, 그 낯선 호기심과 무의례한 훑어봄은 어린 마음 위에 묵직한 앙금을 남겼다.


어기에게 우주선 헬멧이 필요했던 것처럼, 나 역시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쓰고 싶었다. 교실 문을 열 때마다 느껴지던 정적,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찰나의 주춤거림. 나는 매일 타인의 시선이라는 시험대 위에 올려진 기분이었다. 왜 나는 남들과 같지 않을까, 왜 하필 나일까. 어기가 거울을 보며 삼켰을 외로움과 불평등에 대한 원망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영화 속 어기, 그 자체였다.




O - Overcoming & Becoming a Mother (극복,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다)

세월이 흘러 내 눈의 다름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즈음,

내 삶에 또 하나의 거대한 우주가 들어왔다. 바로 내 아이, 아들의 탄생이었다.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 나는 비로소 어기의 엄마 '이자벨'의 마음에 닿았다. 걱정어린 눈빛으로 아이의 뒤를 쫓던 이자벨은 지금의 나와 닮아 있다. 차디찬 세상을 향해 내 아이를 홀로 보내야 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아찔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혹여 내 아이가 세상의 편견이나 무심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지는 않을까', '엄마의 그늘이 아이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내가 어기였을 때는 몰랐던, 내 보호자의 찢어지는 마음을 이제야 엄마가 되어 이해한다. 하지만 두려움에 떨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자벨이 어기에게 단단한 울타리이자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가 되어주었듯, 나 역시 내 아이에게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집이 되어줄 것이다. 내가 걸어온 고통의 시간을 양분 삼아, 내 아이만큼은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도록 지켜낼 것이다.





N - Non-visible Pain (보이지 않는 그늘: 비아였던 내 친구들)

어기에게 모든 관심과 돌봄이 쏠려있을 때, 늘 한 걸음 물러서서 스스로 자라나야 했던 누나 '비아'.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했던 것은 비아의 조용한 외로움이었다.

돌아보면 내 주변에도 '비아'들이 있었다. 아프거나 특별한 동생을 두어, 어린 나이부터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던 친구들. 투정 한 번 부리지 못하고, 자신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기며 늘 양보를 당연시해야 했던 친구들. 나에게 시선과 돌봄이 쏠려있을 때, 정작 자기 몫의 사랑을 묵묵히 양보하고 있었을 비아 같은 친구들의 보이지 않는 그늘(Non-visible Pain)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드러나는 다름보다 숨겨진 양보가 더 아플 수 있음을, 나는 친구들의 서사를 통해 비로소 배웠다.





D - Disappointment in Myself (나 자신에 대한 실망: 나 역시 때론 비겁하지 않았을까)


오드아이라는 이유로 상처받았던 나였기에,

나는 내가 언제나 완벽한 피해자이자 따뜻한 사람일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삶의 어느 순간,

나 역시 타인의 '다름' 앞에서 비겁해졌던 순간들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기에게 거리를 두려 했던 줄리안처럼 은연중에 선을 그었던 적은 없었을까. 혹은 분위기에 쓸려 어기의 마음을 베어버렸던 잭 윌처럼, 나 역시 내 안위와 평판을 위해 누군가의 상처를 방관하거나 모른 척 외면했던 적은 없었을까. 내가 피해자였던 순간에는 세상의 야속함을 탓했으면서, 내가 가해자나 방관자가 될 수 있었던 순간에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관대했는지를 돌아본다. 내 삶에서 마주쳤던 또 다른 '어기'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하는 솔직한 실망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E - Extraordinary Every Day (특별한 매일: 보통의 하루를 만들어가는 용기)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는 브라운 선생님의 격언이다.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선택하라."

타인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고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 밤 스스로를 다독이고 아침마다 용기를 쥐어짜 내야 가능한 '특별한(Extraordinary)' 일이다. 오드아이라는 차별점을 안고 세상과 타협하며 단단해진 나의 하루도, 아이를 품에 안고 세상의 풍파를 막아서는 엄마로서의 하루도 모두 거대한 용기의 산물이다. 우리는 그저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매일 엄청난 에너지와 친절을 선택하며 특별한 하루를 일구어내고 있다.





R - Resonating Wonder (울림을 주는 기적: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원더다)


어기가 학교라는 작은 슬롯를 버텨내고 마침내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헨리 워드 비처 상을 받을 때,

그 축하의 환호는 어기 한 사람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 시련을 함께 견뎌낸 엄마, 아빠, 비아, 그리고 어기에게 손을 내밀어준 모든 이들을 향한 찬사였다.


상처투성이였던 어릴 적의 나, 그 상처를 품고 이제 한 아이의 온 우주가 된 지금의 나,

그리고 각자의 그늘을 견디며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비아와 어기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버텨내고 있는 기적(Wonder)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며, 시련은 나를 더 깊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드는 자양분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세상을 향해 헬멧을 벗어 던지고 온전한 내 눈으로 삶을 마주하는 지금, 나라는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을 주는 하나의 '원더'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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