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ST — AI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 설계하기
AI에게 답을 묻기 전에, 문제를 다시 보라 【10편】
— PART 3. AI를 검색창이 아니라 문제해결팀으로 만들어라 —
"적절한 정보를 주지 않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지도 없이 길을 찾으라는 것과 같다."
— 허버트 사이먼 (Herbert Simon),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첫 출근한 신입 직원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보고서 하나 써 오세요."
그 직원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무슨 보고서인지, 누가 읽는지, 언제까지인지, 어떤 형식인지, 배경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뭔가를 만들어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거의 확실하게 다시 써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AI에게 정확히 이렇게 말합니다.
"보고서 써줘." "마케팅 전략 알려줘." "이직률 낮추는 방법 알려줘."
그리고 받은 답이 일반적이라고 실망합니다.
AI가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신입에게도 하지 않을 지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기술을 배우기 전에, 맥락을 주는 습관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같은 질문에 맥락을 단계적으로 더해 보겠습니다.
마지막 열을 보십시오. 3단계까지 가는 데 5분입니다. 그런데 0단계 결과를 받아서 다시 쓰는 데는 한 시간이 걸립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것을 생략합니다. 그런데 이미 시도한 것을 알려주지 않으면 AI는 그 방법을 다시 추천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뻔한 소리만 한다"라고 느낍니다.
이미 해본 것과 왜 실패했는지를 두 줄만 적어도 답이 달라집니다.
"복지를 늘려봤는데 효과가 없었습니다. 만족도는 올랐지만 퇴사율은 그대로였습니다."
이 두 줄이 들어가면, 복지 개선을 추천하는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맥락을 준다는 것을 알아도, 실제로는 매번 뭔가 빠집니다.
그래서 다섯 개의 칸을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칸을 채우면 빠지는 것이 줄어듭니다.
C Context — 맥락
묻는 것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위해, 무엇을 이미 해봤는가
빠지면 우리 조직과 무관한 일반론이 나옵니다
R Role — 역할
묻는 것 어떤 전문가의 시각으로 답해야 하는가
빠지면 깊이가 얕아지고 표면적인 답에 머뭅니다
E Expected Output — 기대 출력
묻는 것 어떤 형식으로, 얼마나, 어떤 구성으로 받고 싶은가
빠지면 받아서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S Style — 스타일
묻는 것 어떤 어투로, 무엇을 피하면서 써야 하는가
빠지면 우리 문서와 말투가 달라 손봐야 합니다
T Test — 검증
묻는 것 결과를 어떻게 점검하고, 무엇을 반박받고 싶은가
빠지면 그럴듯하지만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받습니다
간단한 요약에는 C와 E만 있어도 됩니다. 중요한 분석에는 다섯 개가 다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C와 E만 습관화하고, 익숙해지면 나머지를 더하십시오.
AI 답변이 별로일 때 대부분 프롬프트 전체를 다시 씁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무엇이 불만인지에 따라 고쳐야 할 칸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 표를 옆에 두고 쓰시면 프롬프트 수정이 훨씬 빨라집니다. 전부 다시 쓰는 대신 한 칸만 보완하면 됩니다.
C·R·E·S까지는 많은 분들이 씁니다. 그런데 T를 넣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럴듯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 확인되지 않은 수치는 '확인 필요'로 표시해 주십시오
• 추정과 사실을 구분해서 표시해 주십시오
• 이 결론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도 함께 제시해 주십시오
이 세 문장만 붙여도 결과의 신뢰도가 달라집니다. 7편에서 다룬 가정 점검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셈입니다.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요청 두 개를 CREST로 바꿔 보겠습니다.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 만들어줘.
→ 결과: 어느 회사에나 쓸 수 있는 3일 과정 커리큘럼. 우리 상황과 무관.
[C] 저는 직원 60명 규모 제조업체 인사 담당자입니다.
올해 신입 12명이 입사했고, 작년 신입 중 4명이 1년 내 퇴사했습니다.
퇴사 면담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랐다'는 답이 반복됐습니다.
작년에 3일 집합 교육을 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R] 당신은 중소 제조업 온보딩 설계 경험이 있는 HRD 전문가입니다.
[E] 90일 온보딩 프로그램을 설계해 주십시오.
- 30일·60일·90일 단계별 목표
- 각 단계에서 현업 부서장이 할 일과 인사팀이 할 일 구분
- 각 단계 완료 확인 방법
- A4 2장 이내
[S] 실무자가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 표현으로.
추상적인 조직문화 용어는 피해 주십시오.
[T]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조직에서 실행 불가능한 항목이 있다면
표시해 주시고, 대안도 함께 제시해 주십시오.
→ 결과: 우리 규모에서 실행 가능한 단계별 계획. 부서장 역할까지 구분됨.
이 데이터로 보고서 써줘. [데이터 첨부]
→ 결과: 데이터를 문장으로 옮긴 설명문. 그래서 뭘 하라는 건지 없음.
[C] 다음 주 임원회의에서 설비 투자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작년에 비슷한 안건이 '근거 부족'으로 보류된 적이 있습니다.
임원들은 회수 기간에 가장 민감합니다.
[R] 당신은 제조업 투자 심의를 다뤄 온 재무 전략 담당자입니다.
[E] 임원이 5분 안에 읽고 결정할 수 있는 1페이지 보고서.
- 결론 먼저, 근거는 뒤에
- 투자액·회수 기간·리스크 각 한 문단
- 마지막에 요청하는 결정 사항 명시
[S] 단정적이되 과장하지 않게. 확정되지 않은 수치는 범위로.
[T] 임원이 던질 가장 날카로운 질문 세 개를 예상해서
보고서 뒤에 예상 문답으로 붙여 주십시오.
[데이터 첨부]
→ 결과: 바로 올릴 수 있는 보고서 + 예상 질문 대비까지.
두 사례 모두 입력이 길어졌습니다. 쓰는 데 5분이 더 걸립니다.
그런데 다시 쓰는 시간이 사라집니다.
매번 다섯 칸을 채우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매번 다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 조직 규모, 업종, 제약 조건, 문서 스타일, 검증 요청 문구. 이것들은 한 번 써 두면 계속 재사용합니다.
이번 과제의 구체적 상황, 원하는 결과물 형식. 이 두 개만 매번 새로 쓰면 됩니다.
제 업무에 맞는 CREST 브리프 템플릿을 만들어 주십시오.
제 직무: [직무명]
소속 조직: [업종·규모]
자주 하는 업무: [3가지]
제약 조건: [예산·인력·시간·보안]
우리 문서 스타일: [예: 간결한 보고체, 존댓말, 도표 선호]
요청 사항:
① 매번 고정으로 붙일 C·R·S·T 문구를 작성해 주십시오
② 업무별로 바꿔 넣을 [대괄호] 항목을 표시해 주십시오
③ 자주 하는 업무 3가지 각각에 맞는 E(기대 출력) 예시
복사해서 바로 쓸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 주십시오.
거창한 도구가 필요 없습니다. 자주 쓰는 브리프를 메모 앱에 넣어 두고 복사해 쓰십시오. 세 번만 재사용해도 만든 시간이 회수됩니다.
각 AI가 제공하는 프로젝트 기능에 고정 맥락을 넣어 두면 매번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도구가 바뀔 수 있으니 원본은 따로 보관하십시오.
올해 초, 한 중학교 특수학급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학급에는 언어 표현이 어려운 학생이 있었습니다. 열네 살 남학생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원하는 것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했습니다. 그래서 답답해지면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선생님은 그것을 행동 문제로 봤습니다. 규칙을 만들고, 보상 체계를 도입하고, 상담을 붙였습니다.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AI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수업 중 이탈하는 학생 지도 방법 알려줘."
돌아온 답은 일반적인 행동 수정 기법이었습니다. 이미 다 해본 것들이었습니다.
그날 밤 선생님이 다시 앉았습니다. 이번에는 길게 썼다고 합니다.
학생의 특성, 이탈이 일어나는 구체적 시점, 그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상황에서는 이탈하지 않는지, 지금까지 시도한 것과 왜 실패했다고 보는지, 학교의 인력 상황까지.
A4 한 장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제가 이 학생을 잘못 보고 있을 가능성도 함께 짚어 주십시오."
돌아온 답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탈이 일어나는 시점이 모두 '여러 단계를 연속으로 지시받은 직후'입니다. 이것은 반항이 아니라 처리 용량 초과 신호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날 밤 오래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다음 날부터 지시를 한 번에 하나씩만 했습니다. 다 하면 다음 것을 말했습니다.
2주 뒤 이탈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으면, 그쪽도 저를 도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 아이한테도 똑같았던 거예요."
맥락을 준다는 것은 AI를 잘 쓰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배운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상대가 도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사람 사이에서도 똑같다는 것.
맥락을 주는 습관은 AI를 향한 것만이 아닙니다. 상대가 나를 도울 수 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CREST 다섯 칸을 다 채우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은 두 줄만 더해 보십시오.
"제 상황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이미 이것은 해봤는데 안 됐습니다."
이 두 줄이 일반론을 걸러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문장을 더 붙이십시오.
"제가 잘못 보고 있을 가능성도 짚어 주십시오."
이 한 문장이 확신을 검증으로 바꿉니다.
세 줄입니다. 쓰는 데 1분, 아끼는 시간은 한 시간.
적절한 정보를 주지 않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지도 없이 길을 찾으라는 것과 같습니다.
◀ 전편 돌아보기
9편 「어떤 AI가 최고인가 보다 중요한 질문」에서는 네 개의 AI를 팀원으로 배치하는 법을 다뤘습니다. 문제해결 단계별 담당 배치표와 위임 판단 기준을 제시했고, 최종 판단과 사람에 대한 평가는 절대 넘기면 안 된다는 경계를 세웠습니다. 10년을 혼자 판단해 온 슬롯적 기업 실무자가 '결정은 제가 하는데 혼자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하게 된 이야기로 마무리했습니다.
▶ 다음 편 예고
다음 11편 「조사하지 말고 '검증 가능한 근거'를 찾아라」입니다. 답보다 출처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다룹니다. 시장·경쟁사·기술·정바카라 정보를 조사할 때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지, 그리고 2차 인용을 1차 출처까지 추적하는 방법을 실전 사례와 함께 정리합니다.
1. Herbert Simon, Administrative Behavior (1947) — 제한된 합리성과 정보 제공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2. Anthropic, Prompt Engineering Guide (2025, claude.ai/docs) — 맥락 제공과 역할 부여의 효과
3. Stanford HAI, Context Length and Output Quality (2025) — 입력 맥락의 양과 출력 정확도 상관관계 연구
4. Ethan Mollick, Co-Intelligence (2024) — AI에게 작업을 위임할 때의 브리핑 원칙
5. Chip Heath & Dan Heath, Made to Stick (2007) — 구체성이 전달력에 미치는 효과
6. Nielsen Norman Group, AI Prompting Patterns (2025) — 사용자가 프롬프트에서 가장 자주 누락하는 요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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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Claude와 함께 세계를 읽고, 개인의 생존 전략을 설계하는 25편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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