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재미없을 때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것

'삶의 낙'을 잃어버린 나에게 주는 처방전, 감각 되찾기

by김글리

자전거를 타고 청계천을 달리던 날이었다.

내 피부에 닿는 공기가 유독 부드러웠다. 아니, 언제 이렇게 날이 풀렸지?

길가에 꽃들이 보였다. 빨간 꽃, 파란 꽃, 노란 꽃들이 소담스레 활짝 피어 있었다.

아니, 이렇게 예쁜 꽃들이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삼삼오오 어울리며 평화롭게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다. 해 질 녘 풍경은 어찌 그리도 멋있는지.


뭐야,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웠다고?


늘 분노에 가득 차서 페달을 밟느라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3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간질간질하고도 아주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길가에 핀 꽃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일상이 회색빛으로 물들 때

나는 지난 3년 동안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돼 있었다.

틈만 나면 사기꾼과 그들의 행각을 떠올리며 분노했다.

한번 화가 나면 울분, 증오, 적대감 같은 강렬한 감정들이 후폭풍처럼 따라왔다.

그 사이 나는 세상을 느끼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언제 벚꽃이 피는지, 언제 해가 지는지, 언제 계절이 바뀌는지— 체감하지 못한 채로 흘려보냈다.


생각이 뇌의 언어라면, 감각은 몸의 언어다.

온통 부정적인 생각에만 몰두하면서, 감각을 잃어버리자 사는 낙도 함께 사라졌다.

아무것도 살아있지 않은 느낌, 나의 일상은 회색빛이 되었다.


그렇다고 아주 무기력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재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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