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일 금요일, 맑음
[킨카쿠지(金閣寺)에 가다]
킨카쿠지(金閣寺)로 향했다. 왕복 7km 정도의 거리였으나 오늘도 도보를 택했다. 교토는 걷는 것이 지루하거나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볼거리가 많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인 것 같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수탈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파괴된 한국과 달리, 이런 옛 정취가 남은 곳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하다.
킨카쿠지는 어제 갔던 헤이안진구(平安神宮)보다 거리가 짧았다. 겨우 1km 차이였지만 체감상으로는 꽤 컸다. 입구부터 중국, 인도, 서구권 단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거의 떠밀려 움직였다. 교토 사람들이 오버투어리즘에 왜 피로감을 느끼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입장료 500엔을 내고 들어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사적인 위상에 비해 첫인상은 다소 낯설게 다가왔다. 건물 규모는 생각보다 아담했고, 복원 과정에서 새로 입힌 금박은 햇빛 아래 너무나 강렬하여 인위적인 느낌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금각 건물을 관람하고 나니 그 외의 볼거리는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킨카쿠지는 무로마치 시대의 찬란한 북산문화(北山文化)를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1층의 침전조와 2층의 무가조, 3층의 선종 사찰 양식이 절묘하게 혼합된 독보적인 건축미를 자랑하며, 금각을 감싼 경코치(鏡湖池)와 정갈하게 정돈된 지천회유식 정원이 어우러져 당시 귀족적 세련미의 정점을 보여준다.
한국은 문화재 관람 비용이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도 양질의 문화재를 내·외국인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나와보니 내 나라의 장점과 단점이 보인다는 말이 실감 난다.
[교토의 기분 좋은 청색빛의 수돗물]
오후에는 교토 시내의 ‘미부 온센 하나노유(壬生温泉 はなの湯)’에 가보려 했으나, 일주일간 매일 10km 이상 이어진 행군 탓에 피로가 몰려왔다. 결국 기숙사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녹이고 피로를 풀었다.
교토는 이상하리만큼 온천이 귀하고 대신 대중목욕탕인 센토(銭湯)가 많다. 지반 특성상 맑은 물 위주라 온천수가 잘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일 샤워를 하고 욕조에서 몸을 녹이며 느끼는 점은 물이 정말 좋다는 것이다. 온천은 아니지만 그에 비견할 만큼 청색빛이 도는 맑은 물이 기분 좋게 몸을 감싼다.
실제로 교토의 물은 그 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 성분의 구성이 한국과는 달라 빛과 반응하는 모습이 근본적으로 차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독약 냄새가 강한 보통의 수돗물과 달리, 정교한 정수 과정을 거치며 물 본연의 깨끗한 향이 살아있어 씻는 내내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당분간은 집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 전신욕을 하고, 하나노유 온천은 일정을 다시 잡아서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