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와 중국 부자들

한류와 중국 스테이크

by클라라

대륙의 장관답게 그가 초대한 식사 장소는 즉석에서 철판요리를 해주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8명 정도 되는 장관의 지인들이 둘러앉았고 장관은 주인공답게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양복을 벗어 식당 직원에게 건네는데 그때 그가 한 말이 너무 거슬렸다.

"당신 손 깨끗한가요?"

만약 한국에서 저 정도의 지위가 있는 사람이 저렇게 말을 했다면... 바로 SNS로 급격하게 퍼져 몰매를 맞을 텐데 역시 여기서도 대륙스케일인가? 직원은 그저 "네 깨끗합니다"라고 대답하며 옷을 받았다. 그렇게 장관도 마지막으로 자리에 앉았고 그들의 대화는 시작되었고 난 바쁘게 두 회장님들께 대화 내용을 통역했다.

그중에는 상해에 많은 건물들과 보트까지 가진 어마어마한 부자도 있었고 장관이 조건을 제시했던, 곧 한국에서 전시회를 갖게 될 화가도 있었다. 화가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남자였고 우리에게 휴대폰 안에 있는 자신의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전시회를 열 만큼 굉장한 실력가이긴 한 듯했다. 물어보지 않았는데 가격까지 공개하고 장관의 서포트를 받는 화가는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수백만 원, 수천만 원까지 하는 그 그림들이 전부다 불교의 불상이어서 별로 예쁘진 않았지만... 상해 부자 아저씨는 우리에게 상해에 놀러 오면 자신의 보트를 태워주겠다며 돈자랑을 했고 이날의 식사를 계산한 사람도 장관이 아니라 상해 부자 아저씨였다.

그래도 전혀 부럽지 않은 그들의 세상에서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철판에서 구워지고 있는 스테이크였다. 항상 절약하며 유학생활을 해야 했던 나는 간만에 좋은 고기를 먹게 된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그런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그들이 가장 처음 한 말은 '라이쯔씽씽 더니'.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였다. 당시에 그 드라마가 종영한 지 이미 2~3년은 지났는데도 아직 그들은 한국 하면 그 드라마가 생각났나 보다. 한국 드라마 너무 재미있다며 그다음에 이어지는 질문은 항상 드라마 속 주인공 배우들을 만난 적이 있느냐였다. 거의 모든 중국인들이 그랬다. 한국인이니까 당연히 만난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두뇌가 참 순수한 듯하다. 그러면 난 그들에게 내가 어릴 적 좋아하던 '포청천'을 만난 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들은 당연히 없다고 대답하고 함께 웃었다. 그렇게 식사와 대화가 끝 나갈 때 즈음 뭔가 음식이 덜 나왔다는 듯 장관이 요리사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요리사의 반응은 또 의외였다. 한국이라면 이 정도 스케일의 손님들에게는 음식이 이미 다 나왔어도 서비스를 더 제공한다거나 그게 안된다면 최대한 친절하게 대답하는 모습일 텐데 철판에서 현란하게 요리하던 요리사는 또박또박 예약된 음식들은 다 나왔다는 걸 전혀 친절하지 않게 대답했다. 중국은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걸 분명히 보여 주기라도 하듯 정말 그 누구에게도 특별 대우를 하지 않았다. 장관이 회장님들에게 특별 대우를 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난 여기서도 중국인들만의 매력을 보았다. 높은 사람에게도 굽신거리지 않고 여느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대하는 모습... 특별 대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 권위있는 사람일수록 겸손이라는 멋있는 특성을 배우기 위해 좀 보고 배웠으면 했다.

그렇게 이틀간의 긴장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시간을 마쳤고 회장 1님은 매우 만족하시며 약속된 돈에 100원의 팁을 올려주었다. 한국돈 2만 원... 한국에서는 적은 돈이지만 중국에서는 많은 걸 살 수 있는 가장 큰 지폐이자 집 문 열쇠가 돌아가지 않을 때 고쳐주는 비용... 주머니에 넣고 집에 들어와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