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것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색
하늘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더 낮고, 바다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맑은 색이 있다.
멀리서 보면 푸른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푸름의 안쪽에서 보랏빛이 조용히 번지는 색.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이미 어딘가로 사라져버릴 것 같은,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거리만큼의 색.
Cornflower Blue.
어떤 색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마음보다 먼저 기억을 건드린다.
오래된 오후의 창문, 아무도 없는 운동장, 여름이 끝나갈 무렵의 하늘, 한참을 올려다본 뒤에도 끝내 닿지 못했던 것들의 표면. 이 색은 그런 것들을 닮았다. 선명하지만 소리를 내지 않고, 차갑지만 냉정하지 않으며, 밝지만 환하게 웃지 않는다. 오히려 빛이 지나간 자리에서 오래 남아 있는 침묵에 가깝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색을 잃는다.
어린 날의 노란색은 어느 순간 희미해지고, 젊음의 붉은색은 오래 견디지 못한 채 어두워진다. 한때 전부라고 믿었던 초록은 계절을 지나며 회색에 가까워지고, 검정은 너무 많은 밤을 통과한 뒤 더 이상 어둡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파랑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하는 시간의 가장 먼 곳에 남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하늘의 얼굴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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