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보나*

by백지은

꽃샘바람 불기 전이다 봄볕 쐬러 나왔다가 앞마당에 만발한 배꽃을 만났다 신부 냄새가 났다 며칠전 하얀드레스를 입고 웃고 있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잰걸음으로 바카라상 위에 노트를 폈다 ‘입술’ 이렇게 첫 글자를 옮기려 하자 살 속을 탐험하는 입술이 느껴졌다 도착하지 않은 입술이 숨은 이야기의 겉옷을 벗기고 속옷을 벗기고 어떤 기억의 한때를 난데없이 불러들였다 스스로 깃들거나 스미거나 논증이 필요한 입술의 침묵은 포기하지 않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은유를 끝까지 탐사할 테지만 내 언어는 앞마당 만발한 배꽃을 벗어나기 힘들어 추락의 감각이 깊어지는 밤을 맞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 입술 넌 네 입술을 꽃샘바람 불 때까지 가만히 들여다 봐 흰 것들끼리 참 좋은 신부처럼 특별한 문장 속에서 자유롭게 흘러가고 있는지 내 얼굴을 꽉 잡고는 따라 해 봐 사우보나하고 간절히

*'Sawu bona(사우보나)'는 아프리카 줄루족의 인사말로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뜻.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