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自畵像)

윤동주

byJaeyoon Kim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1948) -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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