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구광본

byJaeyoon Kim

내가 그리고 있는 기린은


네가 그리고 있는 기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엉터리 기린 그림이라고


너는 말하지만 그래 나는 기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기린을 그렸다


너의 기린이 점점 형체를 갖추면서


나무의 잎사귀와 열매를 따먹으며


너의 붓끝에 사로잡히는 동안에도


나의 기린은 점점 자라 화폭을 뚫고


이젤을 넘어뜨리곤 시멘트 바닥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구광본 시집 [江](민음사) 중에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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