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시는, 원래 상처였습니다
AI 시대에도 대신 쓸 수 없는 마음, 그리고 상처를 별로 바꾸는 이야기
그 가시는, 원래 상처였습니다
AI는 문장을 만들지만,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AI와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문장은 어디에서 오는가.
좋은 문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면 AI는 곧잘 문장을 내놓는다.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깊이 있게,
조금 더 문학적으로
써 달라고 하면 그에 맞는 문장을 찾아온다.
그런데 어떤 문장 앞에서는 오래 머물게 된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
끝내 꺼내지 못했던 말,
괜찮은 척 웃었던 날들.
시간이 지나면 잊힐 줄 알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것들.
나는 그런 것들이 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한 가지 질문을 품고 있었다.
상처는 어떻게 별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에는 어린 공주와 작은 고슴도치가 나온다.
어린 공주는 등에 가시를 지닌 고슴도치를 만난다.
다른 이들에게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존재지만,
어린 공주는 그 가시 너머에 있는 마음을 바라본다.
처음부터 별이었던 것은 아니다.
가시는 원래 상처였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다가갈 수 없었던 마음.
다시 아프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려 했던 마음.
때로는 다른 사람을 찌르기도 했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도 아팠던 마음.
나는 그 마음을 쓰고 싶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가시를 쉽게 이야기한다.
왜 그렇게 날카롭냐고.
왜 마음을 열지 않느냐고.
왜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하지 못하느냐고.
그러나 그 가시가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는 일은 드물다.
누군가의 가시를 없애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가시가 생겨난 자리를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시 없는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가시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에 별을 심었다.
가시 끝에서 작은 빛이 피어나고,
그 빛들이 모여 하나의 별자리가 되는 이야기.
상처가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처를 지닌 채로도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AI는 이 이야기를 쓰는 나에게 여러 문장을 제안할 수 있다.
더 아름다운 표현을 찾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어떤 마음을 독자에게 건네고 싶은지는 결국 내가 답해야 한다.
내가 살아온 시간은 대신 쓸 수 없으므로.
이 이야기에 『가시가 별이 된 자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
한 권의 바카라이 되기 위해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 이야기다.
언젠가 이 바카라을 읽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속 가시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가시를 부끄러워하거나 서둘러 감추기보다,
잠시 가만히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가시가 어디에서 왔는지.
얼마나 오래 아팠는지.
그동안 자신을 지키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그렇게 바라보는 순간, 아주 작은 빛 하나가 생겨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여전히 문장을 쓴다.
AI와 함께 문장을 다듬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을 지우기도 한다.
그러나 끝내 남기고 싶은 것은 문장의 화려함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작은 빛이다.
그 가시는, 원래 상처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믿고 싶다.
가시를 품은 채로도, 우리는 별이 될 수 있다고.
『가시가 별이 된 자리』 출간 예정 | 글·그림 김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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