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귀여운 질투 대잔치

도환의 질투 대폭발(유블리안)

by유블리안




우리의 데이트 루틴은 완벽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평온한 주말, 맛있는 저녁,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달달한 눈빛.

오늘의 데이트 장소는 분위기 좋은 퓨전 레스토랑이었다.



​“도환 씨, 여기 스테이크 샐러드 진짜 맛있대요.”


“그래요? 그럼 그거랑 파스타 하나 시킬까요?”



​우리는 나란히 앉아 메뉴판을 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때였다.



​“어? 지은하 선배님 아니세요?”



​갑자기 누군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훤칠한 키에 딱 벌어진 어깨,

아이돌 뺨치게 생긴 훈남이 서 있었다.


뭐야, 이 비현실적인 생명체는?



​“어머! 민호야? 이게 얼마 만이야!”



​은하 씨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 선배님 진짜 오랜만이네요. 졸업하고 처음 뵙는 거 아니에요? 여전히 미인이시네요.”


“호호, 너야말로 대학 때보다 훨씬 멋있어졌는데? 요즘 뭐 하고 지내?”



​둘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민호’라는 저 녀석, 눈웃음이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은하 씨, 나한테만 보여주던 그 반달 눈웃음을 왜 저 녀석한테도 보여주는 거지?



​‘대학 후배인가 본데... 되게 친해 보이네. 아니, 근데 팔은 왜 저렇게 자연스럽게 터치해?’



​ 내 심장에는 ‘질투’라는 이름의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 참. 여기는 내 남자친구야. 인사해.”



​그나마 다행인 건 은하 씨가 나를 잊지 않고 소개해 줬다는 점이다.


​“아, 안녕하세요! 강민호입니다. 취미로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선배가 남자 보는 눈이 있어서 역시 멋진 분을 만나셨네요.”



​녀석이 싹싹하게 인사를 건넸다. 칭찬을 들었으나, 내 입꼬리는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자꾸만 내려갔다.



​“아... 네, 반갑습니다. 구도환입니다.”



​나는 최대한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노력) 했다.

민호는 “다음에 식사 한번 해요, 선배!”라는 멘트를 날리고 사라졌다.



​다시 우리 둘만 남았다. 은하 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을 마셨다.


​“학교 후배인데 인기 진짜 많았거든요.”


​굳이 안 해도 될 정보(인기 많음)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아... 그렇군요. 인기가 많게 생겼네요. 키도 크고.”


​나는 쿨한 척 대답했다. 하지만 내 손은 내 마음과 따로 놀고 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웃어? 쟤를 보고 그렇게 환하게 웃어? 나는 온갖 재롱을 다 떨어야 한 번 웃어주더니, 쟤는 그냥 웃음이 나오나 보네?’


​물컵이 팽이처럼 돌아갔다. 컵 바닥으로 테이블에 구멍이라도 낼 기세였다.


​“도환 씨.”
“네?”
“컵... 뚫어지겠어요. ^^”


​은하 씨가 내 손을 보며 물었다.


​“아뇨? 전혀요. 그냥 손이 심심해서요. 하하.”


​그때, 내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징- 징-
​화면을 보니 회사 동료인 ‘최수지 대리’였다. 주말에 웬 전화지? 급한 업무인가?


​“여보세요? 어, 최 수지대리님. 주말에 무슨 일이에요?”
​“아, 네. 그 파일은 제 공유 폴더에 있어요. 네네, 월요일에 봬요. 푹 쉬어요.”


​업무 관련된 짧은 통화였다. 전화를 끊고 나니, 은하 씨의 포크질이 멈춰 있었다.


​“누구예요? 최 수지대리님... 이면 여자분이신가?”


​은하 씨가 무심한 척 물었지만, 신경 쓰고 있는 게 보였다.


​“아, 네. 회사 동료예요. 급하게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흐음... 주말에도 연락할 만큼 친하신가 봐요? ‘푹 쉬어요’라고 다정하게 말도 하고.”


​어라? 이 반응은?


은하 씨가 포크로 샐러드 속 방울토마토를 콕 찍었다. 나만 질투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뭐야, 은하 씨도 질투하는 거야? 나 때문에?’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은하 씨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애꿎은 샐러드만 뒤적이고 있었다.


​“은하 씨.”
“네.”
“질투해요?”



은하 씨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네? 무슨 질투요? 참나, 그냥 물어본 건데? 도환 씨야말로 아까 민호 만났을 때 표정 안 좋았거든요? 물컵으로 테이블 갈아버리는 줄 알았네.”


​“제가 언제요. 전 그냥 손 운동한 건데요.”


“거짓말. 입이 이만큼 나와 있었는데.”



​은하 씨가 내 입술을 흉내 내며 킬킬거렸다.
서로의 속마음을 들켜버린 우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알았어요, 인정. 아까 그 후배 너무 잘생겨서 좀 쫄렸습니다. 은하 씨가 너무 예쁘게 웃어주길래 질투 좀 났고요.”



​내가 먼저 항복 선언을 했다. 그러자 은하 씨도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인정. 최 수지대리님인지 뭔지,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짜증 났어요. 도환 씨가 너무 친절하게 받으니까 더 샘나고.”



​우리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서로의 손을 잡았다. 유치하고 소심하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질투 대잔치였다.



​“앞으로는 딴 남자 보고 그렇게 웃지 마요. 내 심장 건강을 위해서.”
“도환 씨도 주말에 딴 여자 전화 너무 다정하게 받지 마요.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우리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귀여운 휴전 협정을 맺었다. 질투마저도 설렘으로 바뀌는, 우리는 지금 한창 뜨거운 연애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