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시위
아들의 프랑스어 수업 중간고사 시험 범위가 최근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위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문법이나 독해 문제가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사태에 대한 찬반 의견과 자신의 생각을 미리 글로 정리해 보겠다고 했다.
내가 이 시위 소식을 처음 접한 건 10월 1일, 어느 행사장에서 만난 분과의 대화에서였다. 시위 때문에 학교가 며칠 동안 문을 닫아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며칠 뒤 영문 기사들을 찾아 읽으며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내 의지로 찾아본 첫 기사의 헤드라인은 생각보다 자극적이었다. ‘시민들이여, 무기를 들고 나와라!’라는 문구와 함께 실린 사진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늘 우아하고 시위조차 점잖게 할 것만 같았던 나라, 프랑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시작은 새 학기가 시작되던 9월 중순, 파리의 한 고등학교였다. 교사와 학생들이 먼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 작은 소요는 순식간에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1. 페스트가 창궐했던 시대를 떠올리게 할 만큼 학교 복도에 쥐가 돌아다니고,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오르며, 비만 오면 복도가 침수되는 열악한 시설. 여기에 심각한 교사 부족과 냉난방 문제까지 더해지며 교사와 학생들이 참다못해 거리로 나온 것이었다.
2. 하지만 이를 진압하는 경찰의 과정이 또 다른 불씨가 되었다. 시위대 대부분이 미성년자 학생들임에도 최루탄을 쏘아대며 폭력적이고 과도한 무력 진압을 펼쳤고, 이는 범국민적인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3. 아이들의 안전에 분노한 학부모들과 치솟는 물가 상승에 시달리던 일반 시민들까지 대거 가세하면서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 틈을 타 상점을 부수고 물건을 약탈한 뒤 중고 마켓에 되파는 이들까지 나타나며, 시위는 혼란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4.정치인들 역시 이 혼란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각 정치 진영은 이를 기회이자 위기로 보며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다.
다른 정치 세력들의 셈법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는 어딘가 조금 씁쓸하다. 전국이 시위로 뜨겁던 시국에 그는 셀린 디옹의 콘서트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타르로 떠났다.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가 임기 마지막을 그저 즐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면초가에 몰린 그가 선택한 것이 '있을 때 누리는 것'이었을까. 이미 재임 중이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으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는 마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10월 17일 발생한 대규모 폭력 시위 사태 직후 정보당국과의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며, 직후 대국민 담화(s'exprimera)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치안 병력은 20% 증원하여 말이다. (10월22일현재)
더불어 이 혼란 속에서 최신 AI 기술을 이용한 가짜 뉴스와 가짜 영상까지 판을 친다. 무엇이 진짜인지,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마저 가려버렸다.
가짜 뉴스에 대한 영상 : https://youtu.be/ltqJdK-rPM8
갑자기 든 생각.
정작 나 조차도 아이에게 시위가 왜 시작되었는지, 그 본질을 설명해주지 못했다. 그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가짜 뉴스 보지 마"라는 짧은 주의만 주었을 뿐이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스스로 구별해낼 수 있는 눈을 키워주지도 못한 채, 그저 위험하니 눈을 감으라 한 셈이다. 가짜 이미지와 정치적 소란을 비판하던 나조차, 어느새 본질을 비껴간 껍데기 같은 문제에 정신이 팔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