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식

대박을 위한 비싼 액땜

by빛나다온

​부상이라는 핑계로 키보드를 놓았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복귀를 알리는 글을 올렸다.

새 학기 첫날, 빳빳한 새 교과서를 받아 든 학생처럼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다시 글을 써야지 하는 설렘은 순식간에 하루를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하지만 때로는 내 마음과 같지 않은 일이 생기기도 하는 법.


그리고 며칠후 ​퇴근길 운전중에 그동안 읽지 못했던 작가님들의 글들이 많아서 폰을 흠칫 보던 찰나에 아주 잠깐의 찰나의 순간 폰에 시선이 잠깐 아주 잠깐 머문 사이(강조중 ) '쿵' 하는 제법 큰 진동과 함께 세상이 크게 흔들렸다. 앞차의 엉덩이와 내 차의 주둥이와 맞닿은 순간, 나는 변명의 여지없는 완벽한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왜 하필 안 하던 짓을 해서..ㅠ


​현장은 순식간에 차가운 현실로 변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의 경광등이 번쩍이고 음주 측정기도 불었다. "후- 하고 길게 부세요." 경찰관의 지시에 숨을 내뱉으며, 나는 내 안의 당혹감과 자바카라까지 모두 쏟아내고 싶었다.

​당연히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마라톤이라도 마친 것처럼 심장은 통제 불능으로 뛰었다. 보험사 직원도 오셔서 사고를 수습하는 내내 '왜 안 좋은 일은 늘 한꺼번에 몰려오는 걸까' 하는 원망 섞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온라인카지노 복귀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맛본, 너무나 톡톡하고도 쓰디쓴 신고식날이었다. ​한참을 진정하고 나니 엉뚱하게도 실소가 터져 나왔다.



​'얼마나 근사한 2026년을 맞이하려고, 올해 막바지에 이런 액땜을 몰아서 하는 걸까.'

​사고의 충격으로 떨리던 마음을 다잡으며 스스로 마침표를 찍어 주었다. 나쁜 일은 정말로 올해가 끝이라고. 그러니 남은 며칠은 이 사고의 기억보다 더 많이 웃고, 주변을 더 세심하게 살피며, 무엇보다 멈췄던 글쓰기에 다시 온전히 몰입해 보자고 말이다. ​이 '요란했던 신고식'이 훗날 온라인카지노에 써 내려갈 더 단단한 문장들의 귀한 밑거름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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