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도구, 방향은 사람
조금 후, 네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식탁 위에는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들이 놓였다.
잘 구운 채소와 간단한 파스타, 따끈한 수프, 조용히 김이 오르는 밥 한 공기,
그리고 선배가 “이건 꼭 있어야 한다”라고 준비한 김치와 나물.
“대단한 건 없네.”
선배가 말했지만, 첫 숟가락을 뜬 모두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선배님, 이 정도면 식당 차려도 되겠는데요?”
서현이 웃으며 말했다.
“식당은 그만. 사람은 좋아도, 사업은 이제 질렸다.”
선배가 손사래를 치자, 자리에는 한 번 더 웃음이 돌았다.
와인을 한 잔씩 따라 마시며, 대화는 자연스럽게 오늘의 요리에서,
각자의 요즘 일상으로 옮겨갔다.
어느 순간, 재하가 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
“응?”
“요즘… 다들 ‘AI, AI’ 하잖아요.
저도 카페에서도, 뉴스에서도, 일상에서도… 말로는 많이 듣는데.”
재하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든 ‘AI’라고 붙여놓으면, 다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뭘 해야 할지 더 헷갈려지기도 하고요.”
식탁 위 공기가 조금 조용해졌다.
어색한 침묵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머릿속을 잠깐 들여다보는 시간 같은 고요였다.
세대마다 다른 자리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은서였다.
“저는… 고객들 보면서 자주 느끼는 것 같아요.”
모두의 시선이 은서에게로 향했다.
“요즘 와인 앱 많잖아요. 사진 찍으면 바로 정보 나오고, 음식에 뭐가 맞는지도 추천해 주고.
고객들 중에는 ‘이건 앱이 골라준 와인이에요’ 하면서 재밌어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은서는 와인잔을 살짝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근데 결국 마지막에 고르는 건, 그 사람 입맛이에요.
같은 추천을 받아도 어떤 사람은 ‘괜찮네’ 하고 넘어가고,
어떤 사람은 ‘뭔가 부족한데’ 하면서 계속 또 찾아요.”
“와인도 결국… 사람 입에서 끝나니까.”
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AI가 대신 골라줄 수는 있어요.
근데 ‘이게 나한테 맞는지’는, 아직 사람이 스스로 확인해야 하잖아요.
그걸 귀찮아하는 사람은 그냥 ‘AI가 했다’에 안주하고,
궁금한 사람은 그걸 계기로 더 파고드는 것 같아요.”
은서의 말에는, 20대 후반의 현장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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