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침대에서 떨어진 밤, 나는 또 살아남았다

by해린

밤에 자다가 오랜만에 저세상 문턱까지 다녀올 뻔한 일이 있었다.

4년 전, 오래 쓰던 전동침대를 바꾸기로 했다. 침대는 그냥 가구가 아니다. 특히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침대는 잠자는 공간이자, 몸을 쉬게 하는 공간이고, 때로는 안전과 생존이 걸린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말 신중하게 검색했다. 검색하고, 비교하고, 또 의심했다. 그래도 불안해서 직접 매장까지 갔다. 실제 침대를 보고, 만져보고, 확인한 뒤 렌탈형으로 구입했다.

원래 쓰던 침대는 퀸사이즈였다. 그런데 매장에는 퀸사이즈 프레임 색상이 흰색밖에 없다고 했다. 오랫동안 자립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활동지원을 받는 중증장애인 집에 흰색 계열 가구를 들였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흰색은 예쁘다.
하지만 관리가 안되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결국 나는 어두운 네이비 계열의 슈퍼싱글 사이즈 침대를 선택했다. 그때 매장 직원은 말했다.

“퀸이랑 한 뼘 정도 차이밖에 안 나서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 말이 이후 내 목숨을 세네 번쯤 내놓게 만드는 말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막상 써보니 ‘한 뼘 차이’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었다. 침대 위에서 내 몸이 안전하게 굴러다닐 수 있는 공간과, 굴러가면 바로 위험해지는 공간의 차이였다.

나는 원래 잠버릇이 고약한 편이다. 어릴 때는 온 방을 휘젓고 다니며 잤다. 어느 날은 바카라상 밑에 들어가 자고 있었고, 또 어느 날은 어항 밑에서 자다가 발로 어항을 걷어차 와장창 깨뜨린 적도 있다. 그날은 아빠에게 엄청 혼났다.

그래서 처음 자립할 때도 침대는 일부러 큰 걸로 샀다. 몸이 어떻게 움직일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애가 심해진 뒤로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나는 내 잠버릇도 많이 얌전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침대를 작은 사이즈로 바꾸고 나서 깨달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해린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저는 중증장애여성으로써 비장애 중심의 균열을 내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역슬롯에서 동료시민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3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연재)영화 속 장애인, 다시 보고 다른 질문하기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