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HITS Brand Lab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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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패션업계를 소재로 큰 이슈가 되었던 원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속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원작과 속편 사이에 자그마치 20년 이란 시간차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때 그 시절 주인공들이 예전의 모습 그대로 등장한다.

영화는 예상 그대로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화려한 명품과 패션 아이템들은 화려하다 못해 생경함이 느껴질 정도였고, 패션의 도시 뉴욕과 밀라노의 화려한 분위기, 극중 배경으로 등장하는 디올의 플래그십 스토어. 그리고 이 영화의 8할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 '메릴 스트립(극중 미란다)'은 20년이란 세월이 무색할만큼 여전히 냉혹하고 아름다운 포스를 자랑했다.

한 마디 감상평을 남기자면 '눈이 호강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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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의 세월을 담은 '레거시 시퀄(Legacy Sequel)'

이 영화는 전편 이후 실제 시간의 흐름과 동일한 20년 후 현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한 후속작을 넘어 '레거시 시퀄(Legacy Sequel)'의 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슬롯 초년생이었던 앤디는 이제 20년 차 베테랑 저널리스트로 성장했으며, 구박받던 비서 에밀리는 명품 브랜드 디올의 '리테일 총괄 디렉터'라는 막강한 지위에 올라있다. 과거 일방적인 갑을 관계였던 미란다와 에밀리가 이제는 잡지사 편집장과 거대 광고주라는 뒤바뀐 관계로 재회하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전통 매체의 위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전통 매체(잡지사)의 위기를 다룬 현실적 서사 또한 홈쇼핑(전통미디어)이라는 업계에 몸 담고 있는 내겐 남다르게 느껴지는 포인트였다.

영화는 화려한 패션계를 배경으로 다루면서, 동시에 '인쇄 매체의 몰락'과 '디지털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스마트폰의 탄생과 SNS의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은 더 이상 종이 잡지를 읽지 않는다. 극중 배경이 되는 '런웨이'는 잡지사다.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미디어 파워는 사라진지 오래다.

아니. 오히려 광고주 비위를 맞춰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신세로 전락했다. 실적을 중시하는 자본의 논리와 비용 절감 압박에 시달리며 존폐 위기에 처한 것이 그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그리고 장인 정신과 예술적 권위가 AI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권력층과 충돌이라는 이 시대적 흐름을 '미란다'로 대변되는 극중캐릭터를 통해 풍자한다.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브랜드 세계관'

이 영화는 제목부터 특정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속 소품이나 PPL을 목적으로 브랜드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브랜드 경험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구사한다. 그리고 그 세계관은 20년이란 시간이 지난 속편에서 더욱 더 진화했다.

영화 속 등장하는 브랜드들은 이제 패션 브랜드에 한정되지 않는다. 디올, 루이비통, 프라다는 물론이고, 삼성, 구글과 같은 하이테크 브랜드부터 스타벅스, 월마트처럼 일상 브랜드까지 자그마치 1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영화 속 세계관 속에 어우러져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표현된다.

정말이지 2시간짜리 장대한 광고 한 편을 보고 나온 듯 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영화를 하나의 '거대한 쇼핑 이벤트'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가 괜한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PPL의 시대는 끝났다.

PPL(Product Placement)의 원리는 단순하다. 영화 속 배우가 특정 음료를 마시거나, 특정 차를 타거나, 특정 스마트폰을 쓰는 장면 등을 노출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노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제작사는 그 돈으로 영화를 만드는 오래된 상생의 방식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PPL을 너무나 잘 안다. 주인공이 아무 맥락 없이 특정 브랜드 로고가 정면으로 보이도록 물건을 들고 있으면, 시청자의 뇌는 '광고타임'이라 인식하고 스위치를 내린다.

이건 컨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광고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이야기의 흐름은 끊기고, 몰입은 사라진다. 맥락없는 단순 광고가 이야기를 방해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이 공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이 영화는 각본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브랜드 광고를 염두해 두고 스토리를 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동안 브랜드가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소비자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중간 중간 어색한 광고가 끼어들어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불편함 따윈 느끼기 어렵다.

이제는 브랜드가 컨텐츠의 서사 속에 완전히 녹아드는 형태의 브랜드 마케팅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그 최신의 흐름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명확한 샘플이다.


드라마가 광고가 되다 - 비스포크 마케팅의 탄생

공식 협업 브랜드만 해도 로레알 파리, 스마트워터, 다이어트 코크, 스타벅스, 삼성 갤럭시, 랑콤, 트레세메, 하바이아나스, 그레이 구스, 구글, 메르세데스 벤츠, 티파니앤코, 디올, 발렌티노 프래그런스 등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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