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남유럽여행
▲ 세고비아 대성당(Catedral de Segovia) 전경 © Kyros YN 2026
밤 사이 휘몰아치던 폭풍우가 잦아들고 고요한 아침을 맞는다. 여정을 시작하며 만끽했던 스페인의 찬란한 태양을 기대해 본다. 오늘은 약 6시간 거리의 세고비아(Segovia)로 향한다. 스페인 카스티야-레온(Castile-León) 자치공동체에 속한 세고비아 주 수도로(www.britannica.com), 마드리드 북서쪽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이 도시는 198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스페인의 광활한 대지는 지역마다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안달루시아(Andalucía)의 올리브와 포도나무 대신 이곳 서쪽은 검붉은 토양이 주를 이루는 일반 경작지 대평원이다.
반면에 도심의 동쪽은 비교적 완경사를 이루는 과다라마 산맥(Sierra de Guadarrama) 산지와 인접해 있으며 여행 시작 때와 달리 어느새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고 있다.
스페인의 국영호텔 파라도르는 주로 중세 고성(古城) 또는 수도원 등 종교시설의 특색을 살린 건물을 활용하지만, 이곳 세고비아 파라도르(Parador de Segovia)는 현대식의 독특한 건축물로써 세고비아 서편 구릉(丘陵)에 위치해 있다. 이 호텔은 헬기장과 넓은 정원 그리고 야외·실내 온수 수영장을 갖추고 있으며, 객실과 베란다에서 로마 시대의 수도교(Acueducto de Segovia) 및 알카사르 성(Alcázar de Segovia)과 대성당(Catedral de Segovia) 등 세고비아의 역사적 건축물이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메인 입구가 있는 호텔 북서편에는 객실 창문이 없는 매우 독특한 건물구조이다. 세고비아 도심과 역사 구역을 조망하기 위해 대부분의 객실은 남향 구조이다. 무료 야외 주차장 외에도 유료 실내 주차장(Garaje interior)을 갖추고 있는데 로비와 바로 연결된 지상 차고로써 상당히 편리한 시설이다.
현대식 호텔 객실 베란다 벽체는 담쟁이덩굴로 덮여있고 햇빛을 받아 붉게 빛나는 잎사귀는 가을 정취를 한껏 뽐낸다. 산허리를 두른 부드러운 구름이 도심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두꺼운 이끼를 덮고 있는 아래층 붉은 지붕은 마치 스페인 교외의 한적한 어느 전원주택을 보는 느낌이다.
세고비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세고비아 수도교(Acueducto de Segovia)는, 서기 2세기에 모르타르 (Mortar) 등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중력과 아치의 압축력 그리고 정교한 석재 가공 기술로 약 2만여 개의 짙은 색 과다라마 화강암(Guadarrama granite) 블록을 이용해 축조된 로마시대 수도교이다.
수로를 지탱하는 167개 아치와 120개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상 화강암 수도교 구간의 전체 길이는 약 728 m이다(https://www.turismodesegovia.com). 프리오 강(Rio Frío)에서 스페인 세고비아까지 약 16 km에 걸쳐 물을 공급했으며 1985년 12월 6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독특한 배 모양의 절벽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외관 덕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성(城)의 모티브가 된 곳, 신데렐라 성(Castillo de Cenicienta)이라 불리는 세고비아 알카사르(Alcázar de Segovia)로 향한다. 수도교를 지나 북서쪽으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는 로마와 이슬람 세력의 요새가 있던 자리에 지어졌으나 레콘키스타(Reconquista) 이후 기독교 왕들에 의해 증·개축을 거치며 왕궁, 군 사관학교, 감옥 등으로 사용되었다.
에레스마(Eresma)와 클라모레스(Clamores) 강이 만나는 바위산 절벽 끝에 위치해 난공불락의 요새 역할을 했던 이곳의 정확한 건축시기는 불분명하지만 12세기 초 문헌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이후 13~16세기에 걸쳐 증·개축을 하여 현재의 로마네스크·고딕·무데하르(Mudéjar) 양식이 융합된 건축물로 완성되었다 (https://www.alcazardesegovia.com).
특히 152개의 가파른 나선형 계단을 따라 후안 2세 탑(Torre de Juan II)에 올라가면 세고비아 시내와 주변 자연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후안 2세 탑 포함 전체 입장권은 일반 성인 10유로이며 운영 시간은 4월~10월은 오전 10시~7시 30분 그리고 11월~3월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다.
관람을 마치고 소꼬로가 2번지(Calle del Socorro 2) 도로를 따라 약 5분 거리의 세고비아 대성당(Catedral de Segovia)으로 향한다. 세고비아 구시가지의 좁은 도로가 있는 역사 지구에는 일방통행로가 많다. 대성당 남서쪽의 ‘산 안드레스 성문(Puerta de San Andrés)’을 지나 이어지는 일방통행로를 이용할 때는 사전에 지도에서 목적지 도로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반 SUV의 사이드미러(Side-view mirrors)가 좁은 골목길 양편의 건물과 거의 닿을 정도로 대형은 주행이 어려울 수 있고, 한번 진입하면 중간에 돌아 나올 수 없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세고비아는 유럽의 많은 유명 역사 지구와 마찬가지로 해당 구역 거주자, 긴급차량, 공무수행 차량, 호텔 투숙객 차량을 제외한 일반차량의 출입을 금지하는 도로가 많다. 위반하는 경우 거액의 벌금 납부와 번거로움을 겪을 수 있으니 방문 시에 주의가 필요하다.
구시가지를 배경으로 늦은 오후 해질녘 하늘에는 형형색색 열기구(Hot air balloon)의 다채로운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오랜만에 누려보는 여유있는 시간이다.
베란다 저멀리 대평원과 맞닿은 파란 하늘이 한없이 평화롭다. 짧지 않은 여정의 수많은 기억들이 천천히 구름을 따라 흐른다. 빛나는 햇살처럼 따뜻하고 친절한 그들의 마음과 얼굴도 스쳐간다. 호텔에서 평화로이 휴식을 취하며 건강하고 무탈하게 모든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오늘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