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상상의 언어 만들기

이성선, 김기림의 시

by박민영

지금까지 우리는 다른 사람의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삶을 돌아보고, 작품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며 새로운 생각을 얻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문학을 읽는 과정이 독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면, 그 경험을 다시 언어로 표현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문학치료의 또 다른 중요한 단계가 된다. 앞에서 살펴본 관찰하기와 상상하기, 기억하기와 드러내기, 페르소나와 고백의 시학 역시 이러한 과정과 연결되어 있다.

이제부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를 어떻게 ‘시답게’ 만들 것인가를 살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가 시를 쓰기 위한 큰 틀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장에서는 그 틀 안에서 한 편의 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살펴볼 것이다. 이미 써 놓은 시가 있다면 그것을 다시 읽으면서 자신의 시에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를 더해 보는 것도 좋다.


강의 시간에 나는 시 쓰기를 하나의 숲에 비유하곤 한다. 지금까지는 그 숲 전체를 바라보면서 시를 쓰기 위해 무엇을 관찰하고 무엇을 상상하며, 어떻게 자신의 경험을 기억하고 드러낼 것인지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숲을 이루는 나무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시의 한 구절을 어떻게 만들고, 하나의 이미지에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상상의 언어’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상상의 언어는 현실과 동떨어진 허구의 언어를 뜻하지 않는다. 익숙한 사물과 경험을 새로운 관계 속에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의미와 이미지를 발견하는 언어를 뜻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데 주로 관심을 둔다면, 시의 언어는 사물과 사물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고 하나의 경험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보여준다.


이러한 시적 언어에서 중요한 것은 설명보다 이미지이다. 앞에서 아치볼드 매클리시의 시 「시작법」을 살펴보면서 시는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로서 우리 앞에 놓여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나는 외롭다’ 라거나 ‘나는 슬프다’라고 추상적인 감정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대신, 텅 빈 공간에 나뭇잎 하나를 보여준다. 세월이 오래 흘렀다고 말하는 대신 오랜 시간 사용되어 돌쩌귀가 닳아 버린 창문을 보여준다. 추상적인 의미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보여주는 순간, 독자는 하나의 장면을 스스로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상상의 언어를 만든다는 것은 자기 생각과 감정을 다른 이미지로 바꾸어 표현하는 일이다. 내가 느끼는 외로움이나 절망을 그대로 설명하는 대신, 그것과 닮은 사물이나 장면을 찾아내면 된다. 사랑하는 마음을 ‘많이 사랑한다’라고 설명하는 대신 그 마음과 닮은 무엇인가를 찾아 보여준다. 이처럼 하나의 관념이나 경험을 다른 이미지와 연결하면서 시의 언어는 새롭게 탄생한다.


이번 장에서는 이러한 상상의 언어가 만들어지는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본다. 먼저 ‘비유와 상징’을 하나의 대상이 다른 대상과 만나면서 어떻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지 이성선과 김기림의 시를 읽으며 살펴볼 것이다. 이어서 ‘아이러니와 패러독스’를 통해 서로 어긋나거나 충돌하는 의미가 어떻게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 내는지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전위와 자동기술법’을 살펴보면서 익숙한 사물과 언어의 관계를 낯설게 만들고, 의식의 통제를 넘어 새로운 이미지와 연상을 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해 볼 것이다.


김기림(1907-?)


그리고 이 장에서 살펴본 시적 언어를 실제 시와 시인의 삶 속에서는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도 살펴보려고 한다. 그 마지막 여정에서 만나게 될 시인이 윤동주이다. 윤동주의 시에는 일상의 구체적인 사물과 자연의 이미지가 등장하고, 그 이미지들은 시인의 내면과 시대적 현실을 비추는 언어가 된다. 그의 시에 공감하면서 우리는 한 시인이 자신의 삶과 시대를 어떤 언어로 바라보고 표현했는지를 함께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장의 마지막에서는 시집 안에서 윤동주의 시만 읽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화 <동주>를 통해 윤동주의 삶과 시를 함께 살펴볼 것이다. 시인의 삶을 영화라는 다른 매체를 통해 바라보면서, 시가 한 사람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한 시대의 현실이 시인의 언어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상상의 언어를 만든다는 것은 익숙한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관계와 이미지를 발견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제 그 첫 번째 방법으로 비유와 상징의 구성 원리를 살펴보자.



비유와 상징


먼저 비유부터 이야기해 보자. ‘호수 같은 내 마음’, ‘내 마음은 호수요’와 같은 표현은 누구나 학창 시절에 한 번쯤 배웠을 것이다. 은유와 직유의 개념을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외웠던 기억도 있겠다. 앞에서 시작법을 논하면서 비유를 먼저 다루지 않은 것은 이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념을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자신의 시 쓰기에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비유가 무엇인지 잘 설명할 수 있어도 자신의 시에서 좋은 비유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 이제부터는 시 쓰기의 실제로서 비유의 구성 원리부터 알아보겠다.

앞에서 상상의 언어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상상은 언어로 표현되고 다시 하나의 이미지로 구체화된다고 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가장 익숙한 예인 ‘내 마음은 호수다’를 다시 예로 들어 보자. 나는 누군가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는 보여주기 어렵다. 상대가 ‘얼마나 사랑하는데?’라고 묻는다면 ‘하늘만큼 땅만큼’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내 마음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


그래서 내 마음과 닮은 무엇인가를 찾아보게 된다. ‘내 마음을 보여주려면 무엇을 통해 보여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호수를 떠올린다. 내 마음과 호수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사랑하는 마음은 호수처럼 맑고 깊을 수 있다. 잔잔하다가도 상대의 눈길 하나에 파문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처럼 내 마음과 호수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 추상적인 마음이 하나의 구체적인 이미지와 만난다. 여기에서 비유의 기본적인 구성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도식화시키면 다음과 같다.


A 원관념, B 보조관념=이미지.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공통점으로 연결됨. 이후 원관념과 보조관념은 상호 영향을 주면서 의미가 확장되고 '잉여의 의미'를 생성함


비유는 원관념 A와 보조관념 B 사이의 일종의 만남이다. 주로 추상어와 구체어의 관계로 이루어지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두 대상이 모두 구체적인 이미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두 대상이 서로의 의미를 연결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연결 고리가 되는 것이 공통점이다. ‘내 마음은 호수다’에서 A는 ‘내 마음’이고 B는 ‘호수’이다. 두 대상을 연결하는 것은 ‘맑고 깊다.’, ‘잔잔하다.’, ‘파문이 인다.’와 같은 공통된 성질이다.


그러나 좋은 비유는 공통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통점이 지나치게 분명하면 비유는 진부해지기 쉽다. 시의 비유는 독자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생각의 에너지를 들이지 않아도 곧바로 연결되는 비유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앵두 같은 입술’, ‘쟁반같이 둥근달’과 같은 표현을 생각해 보자. 앵두와 입술, 쟁반과 둥근달 사이에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반복해서 사용되면서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의미의 확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낡은 표현이 되었다.


비유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 두 대상이 지나치게 가까우면 새로운 이미지나 의미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반대로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무런 연결점도 찾을 수 없다면 비유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서로 연결될 수 있으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좋은 비유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런데 비유에서 중요한 것은 두 대상 사이에서 비유가 성립되는 순간 보조관념이 가진 의미가 원관념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 잉여의 의미’이다.


‘내 마음은 호수다’라고 할 때 내가 처음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마 ‘맑고 깊고 잔잔하다.’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호수가 맑고 깊고 잔잔한 수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이 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있다. 푸른빛도 있고, 그 위를 지나가는 구름도 있으며, 물새가 내려앉아 쉬기도 한다. 호수라는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여러 모습이 내 마음이라는 원관념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렇게 잉여의 의미가 역으로 원관념에 흘러 들어가면서 의미가 확장된다.


‘나는 너를 사랑해. 그래서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맑고 깊고 잔잔해’라고 설명한다면 전달되는 사랑의 의미는 ‘맑고 깊고 잔잔하다’라는 정도에 머문다. 그러나 ‘내 마음은 호수야’라고 말하는 순간, 독자는 호수라는 이미지가 가진 여러 모습을 자신의 상상 속에서 불러낼 수 있다. 비유는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조관념이 가진 다양한 의미를 불러내면서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시에서 비유를 처음 시도할 때는 의식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자신의 시에 ‘외로움’이나 ‘절망’이라는 추상적인 말이 있다면 ‘○○ 같은 외로움’, ‘나의 절망은 ○○이다’와 같은 방식으로 구체적인 이미지와 연결해 보자. 처음에는 어색하거나 일부러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면 그 표현을 다시 바라보고, 덜어내고, 다른 이미지로 바꾸어 보자. 이러한 퇴고의 과정을 통해 원관념에 딱 맞는 이미지를 찾게 될 것이다. 이렇게 비유를 통해 관념을 이미지로 바꾸는 과정은 결국 자신의 언어를 발견하는 훈련이 될 수 있다.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


이제 비유가 실제 시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자.


이성선의 「아름다운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시 가운데 하나다. 이 시를 처음 읽으면 ‘아름다운 사람’과 ‘나무’가 서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 같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하면 사람을 나무에 비유한 것이고, ‘아름다운 사람 같은 나무’라고 하면 나무를 사람에게 비유한 것이 된다. 실제로 이 시에서는 두 방향의 관계가 모두 가능하다. 제목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시의 중심적인 비유는 ‘아름다운 사람’이 나무와 연결되는 것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여기에서 비유의 구성 원리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원관념과 보조관념은 반드시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이미지와 구체적인 이미지가 서로 연결되어도 비유는 성립한다. 이 시에서는 ‘사람’과 ‘나무’가 모두 구체적인 이미지처럼 보인다. 사람도 눈앞에 떠올릴 수 있고 나무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사람을 수식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관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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