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왜 꾸는 걸까

말도 안 되는데 왜 말이 되는 것 같지?

byIro


꿈에서는 참 이상한 일도 참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지난밤 꿈도 그랬다.



주인공은 엄마랑 나로 그냥 평범한 스토리로 흐를 수도 있었다. 꿈이 늘 그렇듯 어디에서 오는 길이었는지 모르지만 알고 있었다. 나는 이미 나왔는데 걸음이 느린 엄마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일이 터졌다. 적들이게 잡힌 것이다. 마음을 졸이다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알고 있는 상태로) 풀려났다. 꿈속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잊고 지내던 엄마의 소중함도 느껴졌었다.


그런데 도망치려던 길인지 집으로 돌아가려던 탈출이었는지 엄마는 또 적들에게 붙잡혔고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때 꿈이지만 상실의 감정을 생생히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었다. 갑자기 엄마가 영웅처럼 등장하더니, 명사수가 되어 적들을 총으로 쐈고, 한 발의 실수도 없이 물리쳤다.


수적으로 밀릴 거라 생각했는데 어디선가 지원군이 나타나 완벽하게 승리했다.



여기까지가 '말도 안 되지만 그 속에서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논리적이었던' 지난밤의 꿈 이야기다. 그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내 가족을 챙기느라 뒷전으로 밀려있던 엄마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늘 옆에 있어 고마움보다 불만이 앞섰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꿈은 어떤 이유에서 생겨난 걸까? 여기에 대한 답을 시원하게 해 준 과학자가 있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매튜 워커는 그의 바카라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에서 꿈의 기능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감정적인 해소, 다른 하나는 창의성과 문제해결이다.

첫 번째로 렘수면은 불안을 자극하는 분자인 노르아드레날린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하루동안 있었던 감정을 자극하는 경험을 재처리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전날 낮에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사건들을 떨치고 더 나은 기분으로 깨어나게 된다. 이를 야간 요법 이론이라 부른다.

두 번째로 렘수면 중 뇌는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연상보다는 서로 멀리 떨어진, 연관성이 아주 적은 개념들 사이를 연결하는 쪽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꿈꾸는 동안 우리는 저장된 정보의 전 영역을 훑으며 조합할 수 있고 거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꿈의 기능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은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을 미리 경험해 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꿈이 '감각 기관들'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았고 프로이트는 꿈이 우리의 억압된 욕망을 반영한다고 생각했지만, 현대의 한 이론은 뇌가 미래 경험을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으로 꿈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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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와 프로이트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꿈에는 경험에 근거한 정보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신경과학자들에게 꿈은, 일어날 법한 모든 경우의 수를 가상으로 만들어보는 뇌의 전략적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창이다.

《기억을 바꾸는 법 》 스티브 라미레스


꿈은 주로 렘수면 상태에서 꾸게 되는데, 이때 근육은 거의 마비되어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상상하던 것들을 해볼 수 있다(실제로 해 봤다면 진작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시각피질과 운동피질은 깨어있을 때만큼 활발하게 움직여 꿈이지만 실제처럼 느껴진다.


그 밖에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낮에 미로를 달릴 때 활성화되었던 신경세포들이 잠자는 동안 같은 순서로 다시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는 뇌가 낮 동안의 경험을 복습하며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어릴 적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싶은 마음으로 잠을 청하던 때가 있었다. 오늘은 또 어떤 신나는 꿈을 꿀까 기대하며 잠들던 때가.

그런데 어느 순간일까,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고 느껴질 정도로 꿈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어쩌다 특이한 꿈, 돈과 관련된 꿈을 꿀 때나 꿈해몽을 찾아보곤 했다(그때마다 남편은 복권을 사라고 한다). 꿈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건 그만큼 불편한 감정도 상상해 볼 신나는 일도 없어서일까?


키우던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간 뒤, 가끔 꿈에서 만날 때가 있다. 그때는 건강하고 나이도 어리다. 살아있을 때 잘해주지 못했던 것, 후회되는 일들을 꿈에서는 반복하지 않는다. 그렇게라도 미안한 마음을 풀어본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언젠가 꿈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아마도 그때는 매일 밤만 기다릴 만큼 꿈이 간절해질까, 아니면 너무 아파 꿈에서 볼까 잠들지 못하게 될까.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꿈이란 걸 알면서도 깨고 싶지 않지 않을까.


지난밤 꿈을 통해 내게 일어난 변화로 생각건대, 나 역시 미래를 위해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평소라면 있지 않을 일을 상상하며, 그런 일이 일어나먼 어떤 기분일지 미리 경험해 보기 위해. 그러고 나면 후회를 줄이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오늘 밤엔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원하는 꿈을 상상하며 잠들어볼까? 하늘로 뛰어올라도 다치지 않고, 내가 감독이 되어 원하는 대로 다 해볼 수 있는 꿈을.

이루고 싶은 목표와 매일 밤 꾸는 꿈이 같은 단어인 것도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매일 밤 꿈을 꾸듯 삶을 꿈꾸라고.



I have a Dream.

- 마틴 루서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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