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연락을 잘 안하는 편입니다만

단채톡방은 타이밍

byIro

퇴근 후 집에 오는 길,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늘 듣던 노래, 알고리즘이 되찾아온 노래를 듣다가 '그만 듣고 싶다'하는 마음이 들 때가. 오늘이 그랬다. 평소 재밌게 보던 과학 유튜브도 별로 땡기지 않고, 자극적인 쇼츠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날 사람도 없다. 연락할 곳은 더더욱 없다. 아니, 연락은 하고 싶지만 갑작스레 연락하기엔 어색했다. 그러다보니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게 된다. 예전에 쓱 넘기며 대충 봤던 단채톡방의 메시지들을 혼자 다시 올려본다.




평소 연락을 잘 안하는 편이다. 친한 지인들과의 단채톡방에서도 내가 가장 말이 없다. 핸드폰을 잠시 두고 다른일을 하고 왔는데 채팅방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잔뜩 쌓여있을 때면, 대충 눈으로 훑으며 스크롤을 내린다. 그러다보면 놓치는 내용도 있고, 꼭 답해야 할 내용에만 짧게 답을 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관심이 없어서는 아니다. 마음으로는 잘 지내는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종종 안부 인사를 건넬 때도 있있다.단지 대부분의 상황에서 길게 메시지를 적지 않을 뿐이다. 핑계를 대자면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너무너무 귀찮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궁금했다. 뭐하고 지내는지, 다음 주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 전에 한 번 쯤은 소식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할 용기가 안났다.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는 바빴고, 심심하지 않아서 그랬던 걸까? 여러 사람들의 톡이 쏟아지면 말할 타이밍을 못잡는걸까?


늘 혼자 잘 지낸다고 생각해왔는데, 진짜 그랬던 걸까 돌아보았다. 그게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혼 초, 연락을 잘 안하는 것으로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흐르기도 했고, 각자 일상이 바쁘기도 하고, 서로의 성향을 어느정도 이해해서인지 잠잠해졌지만 그때는 가장 큰 문제였다.


그땐 연락을 억지로 억지로 하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난 원래 연락을 잘 안하는 사람인데, 우리 부모님한테도 안하고, 친구한테도 잘 안하는데, 왜 꼭 해야하지?'라고 말이다.


챙길 건 챙겨야 하고, 예의를 중요시하는 시어머니의 성격에 이해가 안 됐을 것 같다는 걸 이제는 알겠다.

오랜 시간을 지나온 지금에서야 그때를 돌아보게 된다. '잘 챙기는 사람들도 그냥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당연한 게 어딨죠
당연한 사랑 있나요
자세히 보면
그는 당신을 위해
노력하죠

[옳은 사람], 악동뮤지션



혼자서 즐거울 수 있었던 건, 돌아갈 누군가가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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