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시절 기억나는 이벤트들

이모저모

by구포국수

사원시절 기억나는 이벤트들 - 이모저모


회사의 사내 행사하면 일반적으로 등산, 체육대회 등이 연상된다. 우리 회사에는 ‘사내 기네스 대회’라는 것이 있었다. 이 대회는 일 년에 한 번 한강 체육공원에서 열렸고, 종목에 따라 회사에서 열렸던 경기도 있었다. 신입사원이 부서를 대표해 참여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권유(압력)에 나는 2개 종목에 도전장을 냈다. ‘계단 빨리 오르기’와 ‘맥주 빨리 마시기’였다.


계단 빨리 오르기는 삼성본관 1층에서 27층까지 가장 빨리 오르는 사람이 우승하는 경기였다. 한 명씩 시차를 두고 1층에서 출발했는데, 나는 운동화를 신고 1층부터 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발이 무거워지더니, 나중에는 계단 손잡이에 의지해 거의 기어서 올라갔다. 우리 부서 선배들도 계단에서 나를 응원했지만,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이를 악물고 27층에 도착하고 나서 그냥 나뒹굴었고, 모두 종료되고 내가 2위라는 것을 알았다. 빨리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영리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했던 종목이었다.


한강 체육공원에서 전 임직원이 모이는 날 특색 있는 경기들이 많이 열렸다. 전표에 도장 빨리 찍기에서 회계과 직원들이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뽐냈다. 계산 빨리 하기에는 주판, 암산, 전자계산기까지 등장해 열기를 뿜었는데, 암산으로 도전하셨던 분이 우승했다. 맥주 빨리 마시기 종목은 500CC 맥주 두 잔을 시간으로 승부를 가렸다. 예선기록이 좋았던 사람들을 추려서 마지막 승부를 펼쳤을 때 나는 2위, 총무 과장님이 우승을 했다. 그분은 맥주를 그냥 목에 부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았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두 개 종목에서 각각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강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우리는 모두 웃었고 즐거웠다.


우리 부서는 회사 경영실적을 집계하고, 영업부서의 업적평가를 담당했다. 반기 및 년간 실적에 따라 사업부, 팀, 개인에 대한 업적우수 시상도 담당했다. 당시는 도트 프린터여서 상장을 인쇄할 수 없었고, 나는 상장 문안들을 출력해 회사 인근의 한 가게를 찾아갔다. 붓글씨로 상장을 대필해 주는 곳이었는데, 그 사람의 직업은 필경사(筆耕士)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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