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찍은 벚꽃사진을 다 갖다 넣었다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 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 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 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좋은 시를 올해 찍은 벚꽃사진과 배경음악까지 넣어서 보니 더욱 좋다.
올핸 유난히 벚꽃 설렘도 많았다.
그러나 봄비와 함께 화무십일홍 꽃이 지는 아쉬움도 함께 있었다.
벚꽃 그늘아래 앉을 수 있는 시간도 잠시잠간이다.
그러니 때 마다 삶 속의 꽃 그늘 잊지말고 누리고
위로 받으며 가시길~!
오월엔 장미, 유월엔 또 다른 꽃이 연달아 피어날 것이고
우리 삶 속에 쉬어갈 여백은 언제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