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 이야기를 전하는 자 -44-

경계를 넘어오려는 자들 (2)

by이사금

#044화 경계를 넘어오려는 자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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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재희는 몸을 뒤척였다. 원래 그가 이렇게 잠을 설치는 경우는 얼마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몸이 안 좋아지기라도 한 걸까? 오늘따라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혹시 낮에 마신 아메리카노 때문일까? 카페인의 영향이 이리도 오래가는가 싶어서 재희는 다음부터 커피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재희는 억지로 눈을 감고 좀 더 편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몸은 분명히 피로한데 정신은 멀쩡했다.


지금 옆집에서 밤늦게 TV를 보는 소리, 앞의 도로에서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려왔다. 약간 소란스럽긴 했지만 이런 소음들이 평소에 잠을 방해했던 것은 아니었다.


재희가 원래 그다지 예민한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저런 소음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어 대수롭지도 않았다. 지금 저 소리마저 거슬리는 것은 재희가 오늘 잠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세가 너무 고정되었기 때문인지 몸이 뻐근해졌다. 재희는 목이 당기고 어깨가 아프고 머리가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이 하나가 아니라 따로따로 놀면서 무게를 과시하는 기이한 느낌이었다.


재희가 좀 더 편해지기 위해 고개를 좀 더 옆으로 돌리자 재희의 풀어진 긴 머리카락이 볼 아래로 내려왔다. 부스스하고 숱 많은 머리카락이 재희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 이놈의 머리카락, 부스스해서는…! 날도 더워지는데 언제 한번 미용실에 가서 잘라버려야겠어. 여름이면 단발도 괜찮겠지.


내일이든 모레든 날이 밝으면 미용실에 가서 헤어스타일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며 재희는 어떻게든 잠을 취하려 노력했다.


다음 날 뭔가를 하려거든 일단 몸이 멀쩡하고 정신이 멀쩡한 게 좋았다. 수면 부족으로 멍한 머리와 뻐근한 몸으로는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기더라도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근데 이놈의 머리카락이 볼을 간지럽히는 것도 모자라 코까지 간지럽히고 있었다. 성가신 느낌에 재희는 손을 올려 눈을 감은 상태로 머리카락을 넘겼다.


사락, 하고 머리카락이 손끝을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얼굴이 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도로 머리카락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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